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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유니클로 입었냐" 일상 속 '日불매 검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종수정 2019.11.19 17:12 기사입력 2019.11.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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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제품·여행 불매운동 넉 달째
일부 시민, 불매 검증에 피로감 토로
전문가 "집단주의 문화 때문"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유니클로 옷을 다 버릴 순 없잖아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신경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안을 상대로 조롱 섞인 말을 하는가 하면 아예 관계를 끊는 일도 있다. 이른바 `일상 속 일본 제품 불매운동 검증`인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이를 둘러싼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대 직장인 A 씨는 "솔직히 불매운동 전에 유니클로에서 옷 한번 안 산 사람 없을 것"이라면서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에는 일본 제품을 사지는 않았지만 이미 갖고 있던 것들을 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솔직히 최근 들어서는 불매운동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뀐 것 같다. 불매운동을 하면 하는 거지 왜 다른 사람을 손가락질하면서까지 그래야 되냐"며 "요즘 다들 입버릇처럼 불매 얘기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일본 제품을 쓰는지 검증하려고 드는데 이제는 지겹다"고 토로했다.

"너 유니클로 입었냐" 일상 속 '日불매 검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난 7월1일부터 국내서 시작된 일본 제품·여행에 대한 불매운동이 넉 달 넘게 이어지면서 불매운동 자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를 통해 "하나의 사회 현상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일종의 트렌드라고 이야기한다"며 "이번 불매운동은 지속가능성 높아 트렌드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안부 인사 차원으로 "불매운동하냐"고 묻는가 하면 "유니클로 제품 아니냐", "볼펜 어디 거냐", "일본여행 갔다 왔냐"는 등 고 불매 지속·참여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사상검증 아니냐"고 불쾌감을 토로하고 있다.


또 다른 직장인 B(24) 씨는 "전부터 일본 제품인 데상트 신발을 신고 다녔는데, 직장동료가 '왜 그걸 신고 다니냐'고 해서 머쓱해졌다"면서 "불매운동에 앞서 구매했는데 주변에서 왜 샀냐고 물으니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B 씨는 "마주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일일이 '이거 불매운동 전에 산 거예요'라고 설명할 수도 없고 아예 다른 신발을 신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서 "왜 내가 증명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너무 피곤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한국 사회가 집단주의 문화이기 때문에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은 양극화, 편 가르기 성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더 두드러지게 일어나는데 지금은 불매운동을 두고 그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양극화되고, 이 과정에서 '내 편이 아니면 나쁜 것'이라고 치부해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주의 문화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더 큰 집단에 속하기를 원하고, 자신과 같은 집단에 더 많은 사람들이 소속되기를 원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이 타당화되고, 스스로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유니클로 매장/사진=연합뉴스



한편 유니클로는 지난 15일부터 '15주년 기념 겨울 감사제'를 통해 할인 행사에 나섰다. 유니클로는 후리스, 다운 베스트 등 제품을 1만~4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또 구매자에 선착순으로 히트텍 10만 장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16~17일) 일부 매장에서는 오픈 1시간 만에 히트텍이 동나고, 매장 밖으로 길게 줄을 서는 등 고객이 몰려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러니까 일본에게 '냄비'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 "왜 저렇게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할까", "일본은 또 조롱을 멈추지 않겠네", "정말 너무 부끄럽다", "거지 근성도 이런 거지 근성이 없다. 나라 팔아먹고 내복 받고 싶냐"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일본 누리꾼들 또한 야후 재팬 관련 기사 댓글을 통해 "한국인은 역시 천한 민족", "국민성이 여기서도 드러나네", "신념도 이념도 없는 나라", "불쌍하다" 등 반응을 보이며 조롱을 이어갔다.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런 상황을 두고 일본 우익과 언론에서는 또 얼마나 비웃고 있겠냐. 아무쪼록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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