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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끔찍한 '무차별' 성폭행…'피해자 공식 깨졌다'

최종수정 2019.11.18 14:41 기사입력 2019.11.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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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연령·장소·시간대 안 가리고 무차별 성폭행
누구나 이춘재 범행 대상 될 수 있던 상황
성폭력 사건서 피해자 책임 없는 것 더 확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사진은 고등학생 시절 모습.사진=채널A 캡처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사진은 고등학생 시절 모습.사진=채널A 캡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화성 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는 성폭행 범죄를 저지를 때 피해자 나이대, 범행 장소, 시간대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범죄를 저질렀다.


이춘재가 자백한 화성 초등학생 사건의 경우 9살 초등학생을 대낮에 납치 성폭행 살해했고, 1차 화성 사건의 경우 피해자 연령은 71살이었다.


이렇다 보니 '성폭력 피해자는 어떠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는 20대 여성이고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늦은 밤에 다닌다'라는 일부서 주장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나 요건은 더는 성립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 있다.


전문가는 이춘재 사건으로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최소한 '피해자 책임은 없다'라는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춘재는 자신이 자백한 10건의 화성 사건 외에도 △1987년 12월 수원 여고생 살인 사건 △1989년 7월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1991년 1월 청주 여고생 살인 사건 △1991년 3월 청주 주부 살인 사건 등 4건의 범행 의혹을 받고 있다.

종합하면 모두 14건의 성폭행·사건을 저질렀는데, 이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의 연령이나 범행 장소 등이 다양하다는 데 있다. 이는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성폭행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93년 7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가 화성군 정남면 관항리 인근 농수로에서 유류품을 찾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일부서 주장하는 전형적인 성폭력을 당하는 피해 여성의 모습이나 밤 늦은 시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등 피해 공식이 여지 없이 깨졌다고 볼 수 있다.


이춘재는 범행 시간대를 가리지 않았다. 1989년 7월7일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 모(8) 양이 실종된 사건을 보면, 김 양은 사건 당일 낮 12시30분께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사라졌다.


19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 한 가정집에 침입해 박모(13)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추정 시각은 새벽 2시께다.


그런가 하면 피해자의 나이도 특정하지 않았다. 1차 사건 피해자는 71살이며 2차 사건은 25살, 7차 사건 피해자는 52살이다.


범행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1차 사건 이후 범행 장소를 보면 당시 자신이 거주했던 진안리 인근인 안녕리 등 논과 야산 일대였으나, 나중에는 인근 가정집에 침입해 범죄를 저질렀다.


또 화성 사건과 별도로 자백한 4건 중 1991년 1월27일 저지른 범행의 경우 한 공사장에서 17살 여고생을 살해했다.


이춘재의 이런 범행은 △노출이 심한 옷 △짙은 화장 △늦은 귀가 등 여성들의 외모와 행동 때문에 성범죄가 일어나기 쉽다는 통념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 의뢰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성범죄 원인 및 발생환경분석을 통한 성범죄자 효율적 관리방안 연구(2016)' 보고서는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서울의 다섯 군데 보호관찰소 및 인천보호관찰소가 감독하고 있는 피보호 관찰자 235명을 분석한 결과 △계획적 성범죄(84건ㆍ67.7%)가 △우발적 범죄(40건ㆍ32.3%)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상황에서 성 충동을 참지 못한 가해자가 '우발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춘재, 끔찍한 '무차별' 성폭행…'피해자 공식 깨졌다'


또 범행 장소를 보면 피해자 주거지(45건ㆍ36.3%)인 경우가 공공장소(23건ㆍ18.6%)나 노상(10건ㆍ8.1%)인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피해자 집에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 대부분(41건)이 피해자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특히 성폭행인 경우 피해자 주거지 비율(41.8%)이 더 높았고 공공장소에서는 성폭행(11.7%)보다 강제추행 범죄(52.4%)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폭행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를 물색한 후 치밀한 계획을 짜고 범행에 옮긴다는 의미다.


이런 일련의 상황과 조사 결과로 볼 때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는,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원인 제공 등 책임질 상황이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윤정숙 형정원 부연구위원은 "피해자의 짧은 치마나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연구 결과 이를 입증할 데이터는 나오지 않았다"며 "피해 여성 때문에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통념이 틀렸다는 걸 말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이춘재 사건으로 우리가 알게 된 것은 △당시 수사 관행 문제점 △통념에 기인한 수사로 이춘재 수사를 제대로 못 했던 점이다"라면서 "이 사건으로 최소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책임이 아니다'라는 것은 더욱 분명해졌다"라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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