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을 잘라 옷을 깁는다

평일이 훤하게 다 비친다


아내도 아닌데 부엌이 보인다

아침도 아닌데 오후 서너 시쯤이다


개지 않은 금요일과

기름종이들

토요일의 장례식에 모여들고

서로의 입은 예배 중이다

월요일이 실종되고

손 없는 평일들이 이사를 한다 일요일도 아닌데

문마다 영역을 표시한다

일요일의 궁금한 속셈들이 말없이

내게 덤벼들고 나는 서둘러

일요일을 빠져나와


일요일을 세다 보면

최초의 일요일들이 자꾸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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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 일요일도 아닌데/김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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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재미있는 시다. 그런데 시를 이해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 '이해'란 사리 곧 일의 이치를 분별하여 해석하거나, 깨달아 안다는 말이다. 사전적인 의미를 충실히 따르자면 '이해'라는 말에는 어떤 기준이나 미리 설정된 목표 같은 것은 없는 셈이다. '일의 이치'란 경우마다 다른 것이며, '깨닫다'는 주체의 능동적 역능에 강조점을 둔 단어다. 요컨대 '이해'란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말하자면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시인의 의도를 추상하거나 몰래 감추어진 심층 구조 따위를 발굴하는 게 아니라 시에 써진 문장들을 자기 나름대로 정성껏 따져보고 살피는 것이다. 읽기의 주체는 명백히 독자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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