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 26일 밤(미국 동부시간) 미 백악관 상황실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나타났다.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마크 밀리 미 합동참모본부 의장, 미 합참 특수작전 부운영자인 마커스 에번스 준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수장 알바그다디를 타깃으로 한 미군의 비밀 작전 '케일라 뮬러'가 집행되는 순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IS에 구금돼 목숨을 잃은 미국인의 이름을 딴 IS 수장 소탕 작전이었다.
2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CNN 방송 등 외신들의 보도를 토대로 작전 당시를 살펴보면 비밀작전은 전날 오후 5시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북부 바리샤 지역에서 이뤄졌다. 미 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를 비롯해 작전에 투입된 미군은 8대의 헬리콥터를 타고 알바그다디의 은신처를 향해 1시간10분가량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아주 낮고 빠르게 날아갔다"면서 "이번 작전에서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 진입할 때와 나올 때 모두 마찬가지였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동 중 헬리콥터에 대한 공격도 있었지만 곧바로 대응 사격으로 응수했다.
알바그다디의 지하 은신처 인근에 도하한 작전팀은 빠르게 움직였다. 정문에 설치된 부비트랩을 제거하기 위해 벽에 구멍을 냈고, 이 과정에서 IS 대원들과의 교전이 벌어졌다. 교전 중 사망한 미 특수부대원은 없으며 IS 대원 2명이 그 자리에서 붙잡혔다.
미군의 공격과 군견의 추적에 자녀 3명과 함께 도주하던 알바그다디는 끝이 막힌 터널 속에 갇히게 됐다. 그는 결국 항복하는 대신 입고 있던 자살폭탄 조끼 심지에 불을 붙였다. 자폭으로 곁에 있던 자녀들도 사망했다. 그의 시신은 조각으로 산산이 흩어졌고 터널도 무너졌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미군은 곧바로 DNA 검사를 실시했고, 15분 뒤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확인했다.
작전에 소요된 시간은 총 2시간 남짓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설명했다. 작전을 마무리한 미군은 은신처를 빠져나와 안전한 제3국으로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9시23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암시하며 "아주 큰 일이 방금 일어났다!"고 적었다. 이튿날 오전 9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알바그다디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작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남들을 그렇게 위협하려 했던 알바그다디는 마지막 순간에는 그를 뒤쫓는 미군 때문에 겁에 질려 완전한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면서 "그는 절규하고 울었으며, 훌쩍거렸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8년 전인 2011년 5월1일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오사마 빈라덴 사살 소식을 발표했을 때처럼 이날 작전 당시 상황실 사진도 공개했다.
다만 이번 작전이 발표된 뒤 미국 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 지도부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정보를 공유했다고 밝히면서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백악관에 브리핑을 요구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 국가는 물론 러시아와 이란 등에서는 알바그다디의 사망이 곧 IS의 종말은 아니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IS를 완전히 격퇴할 때까지 연합국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IS가 알바그다디의 죽음을 계기로 복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테러 대응을 강화하기도 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이 작전을 실행했는지, 알바그다디가 미국의 공습으로 제거됐는지조차 증거가 없다면서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시리아 철군을 발표하면서 터키군의 공격에 직면했던 쿠르드족도 이번 작전에 도움을 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쿠르드 민병대(YPG)를 중심으로 꾸려진 시리아민주군(SDF)은 5개월간 미군과 협력해왔으며 쿠르드족이 유용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3000원 샤넬밤'도 품절대란…다이소 "다음 대박템...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