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28일로 취임 881일…'최장수' 총리 기록

책임감과 꼼꼼함이 강점
향후 거취는 여전히 안갯속……내년 1월까지 업무 수행 관측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8일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다.

27일 총리실에 따르면 이 총리는 28일 '재임 881일'(2년 4개월 27일)을 맞게 된다. 직전 최장수 임기였던 김황식 전 총리의 재임 기록(880일)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국회인사청문회를 거쳐 5월 31일 임기를 시작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총리를 지명하면서 "의정활동을 하는 동안 온화하고 합리적으로 처신하신 분"이라며 "협치행정ㆍ탕평인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밝혔다.

이 총리가 '최장수' 기록을 세운데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언론인과 국회의원, 도지사 등을 두루거치면서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균형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사태 당시 현장을 찾아 수첩에 깨알같이 적는 등 각종 현안을 꼼꼼하게 챙기는 걸로 유명하다.

이 총리는 내정자 신분 당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내각은 총리 책임"이라면서 "책임과 소신을 갖고 일하는 게 책임총리제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내치 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과거 총리 보다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특히 한일 갈등 국면에서 지일파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하며 대일 외교 무대에 직접 올랐다. 강제징용 문제에서 여전히 이견을 확인했지만 '지일파'라는 강점을 활용해 꽉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다.

관심은 향후 행보로 쏠린다. 이 총리는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오래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총리 이후 행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 유력 대선후보들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르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과 '사이다발언'은 그의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당내 자기 세력이 적다는 점은 이 총리의 향후 행보에서 약점으로 꼽힌다. 또 내년 총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여당과 청와대의 조율이 필요한 만큼 이 총리가 스스로 결정할 처지가 아니다.

이 총리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취 질문에 "저도 모르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당청 구도 때문이다.

이 총리는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기국회를 매듭지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당과 총리실 내부에서는 "내년 1~2월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총선에 직접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선에 직접 출마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사퇴해야 하는데, 그 시한이 선거 90일 전인 1월 중순이다. 또 총선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선거에서 역할을 담당하려면 늦어도 2월 안에는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가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현재로서는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