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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시작 부터 기싸움‥대화 동력 유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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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한미연합훈련·첨단무기·추가 제재 문제 삼아
"미 창의적 해법 가져오지 않았다"면서 1년전 북의 선행 조치만 강조
핵 미사일 모라토리엄 중단까지 거론
생존권과 발전권 언급 이목‥미에 "권고한다"며 절제된 표현
협상 시작의 전술 가능성‥미는 회담 개시에 긍정평가
추가 회담 2주후 열릴지가 고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복귀한 직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미리 준비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복귀한 직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미리 준비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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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북·미가 다시 협상 판에 앉았지만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협상 시한인 올해 연말을 거론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나서며 북미 회담을 견인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고심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번 회담의 성과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 대표가 두 번째 카운트 파트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처음 만났다는 점에 불과했다.

북한은 회담 결렬을 주장했지만 협상을 위한 본격적인 회담의 첫 출발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안전보장 및 제재해제를 둘러싼 이견차가 확인된 만큼 향후 회담이 재개되도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1년전 이행한 비핵화 선조치를 거론하며 미국이 입장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가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지)까지 언급한 것은 자신들의 조치에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재탕이었다.


김 대사의 성명도 이례적이다. 김 대사는 오전 협상 종료 후 대사관으로 돌아왔다 갔다. 이는 북한 지도부에 협상 내용을 전달하고 지침을 받으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입증 하듯 김 대사는 오후 협상 종료 후 대사관으로 돌아와 협상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고 10여분 후 인쇄된 성명을 들고 취재진 앞에 섰다.

정황상 김 대사가 성명을 작성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북한 수뇌부가 오전 협상 결과를 보고 받고 결렬을 주장하는 성명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대사의 협상의 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7개월의 시간을 미국에 줬는데 해법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비난을 퍼부은 것은 추가 회담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행보로 추리된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행보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도 제기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15차례 추가 제재 조치를 가했으며 한미 연합훈련 재개, 첨단 무기 배치 등을 거론하며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협상이 이제 시작인 만큼 북측도 대화의 판을 완전히 깨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김 대사는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의 성명 중 생존권과 발전권은 이날 성명의 가장 특이한 부분으로 파악된다. 생존권은 체제 안전 보장, 발전권은 제재 해제와 맞물린다. 당초 안전보장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안전보장과 제재 해제를 모두 얻어 내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측이 영변 플러스 알파를 제안하며 5가지 유엔제재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던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하노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협상의 시작점을 하노이가 아닌 싱가포르 회담시까지 되돌려 놨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측의 요구 사항이 명확해진 만큼 미국이 '강대강' 협상 전략으로 나설 경우 향후 협상 전망은 어두워 진다. 희망적인 부분은 미측이 북의 주장과 달리 이날 회담을 긍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실무협상에 창의적인 방안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며 "북한의 성명이 8시간30분 동안 이뤄진 협상의 논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5일 협상은 물론 하루전의 예비 접촉까지 포함하며 회담 시간을 8시간30분으로 규정했다. 그만큼 이번 회담 만남 자체를 중요시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남이 시작된 만큼 추가 회담을 통해 본격적인 거래를 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한미 양측은 이번 북미 회담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측이 강경 자세로 나올 것도 예측지에 두고 향후 협상 전개 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는 북미간 한번의 만남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으로 예상하며 협상 전략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한미는 북측에 제시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미측도 이전의 강경한 수준이 아닌 다소 유연한 방안이 포함됐다는 정도만 알려지고 있다.


결국 한미의 고민은 다음 협상을 재개하는데 모이고 있다. 스웨덴 측이 2주 후 재 협상을 제안했고 미측이 이를 수용했지만 북한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2주 안에 협상이 재개될 경우 정상간의 회담을 통한 톱다운식의 접근이 아닌 실무협의를 통한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대화는 또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 제시한 북미 대화 시한이 연말까지인 만큼 북측도 다시 협상에 나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한미는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사가 "미국에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보라고 권고했다"는 정중한 표현을 쓴 것도 회담 재개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주 후 예상되는 협상 재개 가능성을 앞두고 한미는 긴밀한 공조 체제를 가동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북미 협상을 지켜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으로 향해 이번 협상의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북미 간 실무협상으로 당장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을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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