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충수?…녹취록 공개 후 더 거세진 탄핵 논란(종합)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미국 백악관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조사를 촉발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 녹취록를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대화 내용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 다만 '군사 원조'를 카드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내용은 없었다. 야당인 미 민주당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탄핵 공세를 강화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압력은 없었고 탄핵 근거가 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조사 압박 확인됐지만 직접적 대가 언급은 없어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A4 5쪽 분량의 녹취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조사를 요청했다. 그는 "바이든의 아들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다"면서 "바이든이 조사를 중단시켰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이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과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이 자신이 조사를 중단시켰다고 떠들면서 돌아다녔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그것을 조사할 수 있다면…"이라며 "그것은 나에게 끔찍한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바 장관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그것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며 당신이 파악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 사건을 매우 진지하게 다룰 것이며,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WP는 녹취록에 군사 원조 등 노골적인 '키드 프로 쿼(quid pro quoㆍ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 발언은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첫머리부터 우크라이나에 매우 잘해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데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음 단계를 위한 협력을 위해 방어 목적으로 더 많은 재블린스(미사일)를 살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하는 등 관련 정황은 드러나 있다.
◇민주당은 "의혹 확인" vs 트럼프 "압박 없었다"
민주당은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탄핵 공세를 강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 "대통령의 무법 행위에 연루된 녹취록과 법무부의 위법 행위는 탄핵 조사의 필요성을 확인해줬다"면서 "분명히 의회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백악관이 녹취록을 공개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압력은 없었고 탄핵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유엔(UN) 본부 인근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누구도 위협하지 않았다. 압력도 압박도 없었다. 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국으로부터 바이든 부자에게 수백만 달러가 들어갔다"면서 이를 밝히라며 역공을 가했다. 공화당 소속 스티브 스칼리스 하원 원내총무도 "펠로시 의장이 무모한 결정에 어떤 근거도 없는 탄핵절차를 시작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측면 지원했다.
◇내부고발자가 진짜 스모킹 건?
일각에선 이날 조지프 매과이어 국가정보국장 대행이 하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익명의 내부 고발자의 고발장에 주목하고 있다. 녹취록보다 더 많고 폭발력이 있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고발장을 확인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WSJ에 "녹취록을 읽었을 때보다 고발장을 읽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훨씬 더 걱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부 고발자가 의회 증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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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탄핵 정국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2위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분위기다. 이날 공개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ㆍLA타임스의 지역 여론 조사(9월13~18일) 결과 워런 의원은 29%로 바이든 전 부통령(20%)을 9%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이번 스캔들 이전에 나온 결과이긴 하지만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워런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퀴니피액대학의 전국 여론조사(9월19~23일)에서도 워런 의원이 27%로 25%에 그친 바이든 전 의원을 추월했고, 지난 21일 발표된 몬머스 대학의 뉴햄프셔주 조사 결과도 같은 수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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