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진화, 변호사도 이겼다
사람이 30분 걸린 과제
6초만에 끝낸 인공지능
29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아시아 최초 법률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알파로(Alpha Law)'에 참석한 12팀이 제시된 근로계약서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AI와 협업한 3팀이 1~3등을 모두 차지했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인공지능(AI)과 인간 변호사의 법률 대결. 누가 이겨야 더 큰 뉴스가 될까. 당연하면서 슬프게도 사람이 이겨야 뉴스가 되는 시대다. 세계 최고 바둑기사를 제압한 AI는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열린 법률 분야 시합에서 '공부의 신'들을 가볍게 압도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한국인공지능법학회와 사법정책연구원 주최 '알파로(Alpha Law) 경진대회'가 열렸다. 일반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9개 팀과 AI를 활용하는 변호사나 일반인 구성 3팀이 출전했다. 이들은 제시된 근로계약서 3종을 보면서 오류가 있는지 누락됐거나 위법한 요소가 있는지 분석해 보고서 형태로 심사위원회에 제출했다. 사용된 AI는 국내 스타트업 인텔리콘메타연구소가 개발한 법률 독해 프로그램 'C.I.A.(Contract Intelligent Analyzer)'다. 법률 분야에서 AI와 인간이 맞붙은 건 아시아에서 처음이다.
결과는 AI의 압승이었다. 이날 AI와 협업한 3팀은 1위부터 3위를 모두 휩쓸었다. 심사위원회 채점 결과에서도 격차는 상당했다. 이들 AI팀이 모두 100점(150점 만점)을 넘은 반면 변호사팀 가운데 최고 점수는 61점이었다. 3등을 차지한 AI팀의 신아영씨는 "물리학 전공이라 법을 전혀 모르는데 AI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AI가 계약서를 분석하는 데 딱 6초 걸렸다"고 했다. 우승을 차지한 AI팀의 김형우 변호사는 "일반인이 포함된 팀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보니, AI는 일반인이 법률 자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제시된 근로계약서는 인간 변호사가 검토할 때 보통 30분 정도 걸리는 분량이었다. 하지만 C.I.A.는 계약서 내용을 통째로 이해한 뒤 위험요소와 누락항목을 5~10초 만에 찾아냈다. 아직 개발 초기 단계라 학습된 데이터양이 많지 않음에도 변호사들에게 압승을 거둔 것이다. 인간팀의 김주환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에서는 정확성이 가장 중요한데 꼼꼼하게 계약 항목을 따지다 보니 시간이 부족했다"며 "빠른 시간 내 분석하는 데에는 AI가 뛰어난 것 같다"고 패배를 시인했다.
이번 결과는 우리나라에서도 AI를 결합한 법률 서비스가 자리매김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법조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회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명숙 법률사무소 나우리 대표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우리 모두가 어색해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용하고 있듯 법률 AI를 사용하게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회를 참관한 판사 출신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법률 영역은 판례의 양이 방대해 사람 두뇌가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체계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AI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한다면 국민이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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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법률 업무에 활용하는 건 이미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서는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AI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고, 중국은 고등법원 형사법정에서 양형시스템으로 쓴다고 한다. 북유럽 에스토니아의 경우는 아예 AI 판사 제도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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