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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내로남불’ 국회 청문회, 與野 공수 바뀔 때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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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민정수석 출신 법무부 장관 청문회…한나라당 “청문회 반대 구태의연” 민주당 “후보자 스스로 사퇴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지난 6월 7일 빗방울에 맺힌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태풍급 비바람이 몰아치며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지난 6월 7일 빗방울에 맺힌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거꾸로 비치고 있다.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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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은 ‘공정한 법집행’을 최고의 임무로 하는 자리다. 따라서 반드시 ‘중립성’을 지킬 인사가 임명돼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민정수석이 법무장관이 된다면, 그것은 곧 법치국가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망국적인 일이다.”

누구의 주장일까. 발언의 주체는 국회의원들이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다.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성명서 일부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이 될 경우 법치국가의 기본 질서를 뒤흔드는 망국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발언의 주체와 대상에 대한 힌트일까. 일단 내용만 보면 성명의 주체, 즉 국회의원 일동은 자유한국당 의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민정수석은 아마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칭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그럴까. 정답과 거리가 먼 접근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2011년 7월15일 성명서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던 인물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권재진 후보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응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자신들이 여당으로 있을 때는 한 없이 관대해지고 야당으로 있을 때는 한 없이 까칠해지는 모습, 2005년 7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시작 이후 반복됐던 장면이다.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관직 수행의 역량과 자질,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밟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검증을 빙자한 망신주기가 횡행하기도 한다.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대상이 될 때가 있다.


2011년 8월8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벌어졌을 때도 여야는 치열하게 부딪혔다. 공수가 바뀌었을 때 공격 또는 방어 논리는 기막히게 닮아 있다.


국회 본회의장/사진=아시아경제 DB

국회 본회의장/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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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측근이 법무부 장관에 기용될 경우 선거 과정에서 검찰의 정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직을 사양하는 게 대통령 국정부담을 덜어주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정수석 출신이 법무장관으로 기용돼선 안 된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끝난 이후 벌어졌던 장면도 주목할 부분이다.


당시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2011년 8월9일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이 임명해 줄 것이라는 믿고 오만과 불순한 태도로 청문회에 임한 두 명의 공직후보자(권재진, 한상대)에 대해 대통령이 즉각 임명요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만약 대통령이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수하게 제기된 국민적 의혹을 해소시키지 못한 공직후보자들 스스로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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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권재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2011년 8월10일 논평을 통해 “청문회 때마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야당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후보자들의 소명으로 의혹이 해소된 만큼, 국회는 경과를 담은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 당연하고 적법한 절차”라면서 “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다면, 이는 의회주의의 기본원칙마저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1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공방은 여야 모두 곱씹어볼 대목이다. 현재의 여당이 야당일 때 무슨 주장을 했는지, 현재의 야당이 여당일 때는 어떤 논리를 내세웠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여당의 논리는 야당 시절 자신들의 주장으로, 현재 야당의 논리는 여당 시절 자신들의 주장으로 반박당하는 현실. ‘내로남불’의 낯 뜨거운 풍경 아닌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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