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손정의 'AI 동맹', 韓日 재계 총수 투자 확대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재계 총수들이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해 공동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AI 투자 확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시스템반도체,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관련 산업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도착해 들어가고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가 만났다./강진형 기자aymsdream@
5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방한한 손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오후 7시께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재계 총수들을 만났다. 만찬 간담회에는 이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등이 참석했다. 회동은 당초 1시간 정도로 예정됐으나 2시간30분간 진행되면서 오후 9시30분께 마무리됐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날 회동에서 총수들은 AI, 5G 이동통신 등 최근 글로벌 IT산업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으면서 상호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AI 협업을 늘릴 것이냐' '함께 투자할 것이냐' 등의 질문에 영어로 "그렇다(Yes)"고 답했다. '올해 투자가 이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게 되길 희망한다(I hope so)"고 말했다.
손 회장은 총수들과의 회동에 앞서 만난 문 대통령에게도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한국이 AI 후발국이나 한 발 한 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세계가 한국의 AI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AI 전문 인력 양성 분야에 대한 지원과 소프트뱅크의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 등을 요청했고 손 회장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화답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손 회장을 비롯해 이 부회장, 정 부회장, 구 회장 등은 AI 투자 확대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손 회장이 글로벌 투자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만큼 국내 대기업들과 손잡고 다양한 AI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계 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930억달러(약 108조7170억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설립했다. 중국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에 708억엔(약 7600억원)을, 동남아시아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그랩에는 298억엔(약 3500억원) 등을 투자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 커머스기업 쿠팡에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재계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의 단독 회동에 주목하고 있다. 손 회장은 전날 만찬 장소에 이 부회장과 함께 같은 차로 도착해 차 안에서 둘 사이에 많은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손 회장이 줄곧 AI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 점을 주목하면 향후 AI 투자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시내 모처에서 만나 승용차를 같이 타고 이동, 30~40분간 차 안에서 단독 회동을 했다"며 "2016년 9월에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이 만났을 때도 둘 간에 시스템반도체 동맹이 결성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번엔 AI 동맹이 맺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하고 시스템반도체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핵심이 되는 것이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필두로 한 AI 기반 반도체다. NPU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내부 역량뿐만 아니라 외부와 다양한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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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에 깊은 애정을 보여온 만큼 정 부회장과의 만남 이후 전개될 협력 사업도 관심사다. 현대차그룹이 IT기업으로 변모할 것을 강조한 만큼 미래차산업에서의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LG그룹 역시 AI, IoT, 자동차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육성하고 있어 관련 협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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