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고조..김영철·볼턴 동반 아웃 가능성

美, 비핵화 유연한 입장 전환 속 볼턴 배제설 모락
北 강경파 김영철 배제 이어 연이어 강경파 배제 가능성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북ㆍ미가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강경파를 배제하며 협상 성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협상 라인에서 아웃된 가운데 미국 측에서도 강경 보수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관측이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편 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2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둘째 날인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확대회담을 하고 있다.이날 확대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 3명이 배석한 반면,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2명만 배석했다. 당초 배석할 것으로 추정됐던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정가에 따르면 6ㆍ30 판문점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거취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북 의사 결정 라인 배제설에서 거취 불안설까지 다양하다.

판문점 회담 당시 현장에 있지 않고 몽골로 향한 이른바 '볼턴 패싱' 논란이 발단이다.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대북 강경 공세에 나섰던 것과는 180도 다른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이 강경 대응에서 선 핵동결을 중심으로 유연한 협상을 강조하는 상황도 볼턴 보좌관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머릿속에 없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당장 '힘의 무게추'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및 그가 진두지휘하는 국무부 라인 쪽으로 기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지휘를 받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유연한 접근'을 내세우며 유화적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는 상황이다.

볼턴 보좌관뿐 아니라 역시 강경 라인으로 분류된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판문점 대신 볼턴 보좌관과 함께 몽골로 향했다는 보도 역시 이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협상안이 검토되고 있다'라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NSC 내에서 논의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볼턴 패싱론을 부추기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몽골 방문은 이미 한 달 전에 잡혀 있던 일정이라고 주장하지만 워싱턴의 기류는 다르다. 백악관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는 볼턴 보좌관에 대한 일종의 공개적 질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북측이 김 부위원장 배제를 통해 미국에 성의를 보인 상황이라는 점도 볼턴 보좌관의 아웃 가능성을 높인다.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북ㆍ미 정상회담을 주도해온 김 부위원장의 실각은 협상판을 다시 짜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일 수 있다. 미국 측이 군 출신인 김 부위원장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 부위원장이 주도한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은 김 위원장에게 협상판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고 회담 결렬 4개월 만에 새로운 진용이 꾸려졌다. 반면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을 협상의 책임자로 계속 유지하고 있고 북한 측도 더 이상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볼턴 보좌관이 이대로 용도 폐기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미 시사 주간 애틀랜틱은 북한 압박 카드로 '볼턴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애틀랜틱은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몇 가지의 잘못을 더 할 때까지 지켜본 뒤 전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 역시 숙청된 상황은 아닌 만큼 북ㆍ미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언제든 재등판할 수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