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강 아무개씨는 우울 증세가 있었다. 사회와 단절하고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최근 삶의 에너지를 되찾았다고 한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보고 여행도 가면서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고, 자신은 시집(詩集)에 관심이 생겼다.
20대 여성 전 아무개씨는 가족과 영화를 보면서 대화가 많아지고 친구와 문화 활동을 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문화누리카드 사용자다. 문화누리카드는 저소득층 시민의 문화 활동을 위해 연간 1인당 8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2016년에 6만원에서 점차 증액돼 2021년에는 10만원이 된다. 관심 없던, 또는 평소 하고 싶던 문화생활에 참여하면서 두 사람의 일상과 삶이 변하고 있다.
한국인의 '삶의 질'은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2017년)'에 따르면 한국은 29위다. 11개 영역에서 삶의 만족도 30위, 일ㆍ생활 균형 35위다. 주거비 지출 비중과 장기 실업률은 가장 높다. 그런데 한국인은 삶의 만족도와 일ㆍ생활 균형을 주거와 직업보다 중요하다고 여긴다.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 여가와 개인 활동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주52시간 근무제로 어느 정도 가능할 터, 문제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하는 점이다. 주된 여가활동이 TV 시청이라면 개인 활동 시간이 늘어도 삶의 질은 쉽게 높아지지 않는다. 가족ㆍ친구와 무언가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을 함께 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 그 '무언가' 중에 하나가 문화 활동이다. 문화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은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기존 정책을 검토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비전 2030, 사람이 있는 문화'를 발표했다. 비전 '사람이 있는 문화'는 얼핏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다. 3대 가치로 제시한 자율성(개인), 다양성(공동체), 창의성(사회)은 이전부터 계속된 문화정책의 기본이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젠더 평등, 4차 산업혁명, 남북관계 변화란 시대 흐름에 조응하면서 성찰과 계승의 문화정책 비전을 마련한 것이다.
둘째, 어려운 계층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한다. 문화누리카드 사용액 증액이 그렇고, 소외계층 문화순회 사업 확대ㆍ노인 치유형 예술 프로그램ㆍ장애인용 화면 해설 지원 사업이 그렇다. 이 사업은 현 정부의 사회정책 비전인 '포용국가' 실현과 다르지 않다. '누구나 성별, 지역, 계층, 연령에 상관없이, 차별이나 배제 받지 않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 포용국가 말이다.
셋째, 지역 그리고 주민과 함께하는 정책을 실행한다. 지역과 다양한 협의체를 구성해 중앙과 지역이 정책수립 과정부터 공유한다. 예산을 포괄적으로 교부해 지역이 자율적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시작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2022년까지 지자체 10여곳을 문화도시로 지정하는 사업은 여타의 개발 사업과 달리 지역 주민이 주도한다. 넷째, 일상에서 문화생활이 가능하도록 생활문화시설을 확충한다. 2022년이 되면 공공도서관은 1259개(2018년 1042개), 생활문화센터는 248개(2018년 141개)로 대폭 증가한다. 공공도서관까지 이동시간이 현재 12분에서 2022년에는 10분으로 단축된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많은 사람이 가족ㆍ친구와 함께 문화 활동을 하면서 대화시간이 늘고 삶의 질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나아가 문화누리카드 사용뿐 아니라 이제는 집에서 가까운 문화시설을 찾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 새로운 문화정책 계획에 따라 여러 사업이 지속된다면 이것이 불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정부는 최근 '더 나은 삶의 지수' 목표를 2022년 20위권, 2040년 10위로 설정했다. 그 목표가 실현되길, 그리하여 우리 국민이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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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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