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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별세] 맨손에서 롯데 일궈낸 1세대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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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롯데 일궈낸 대한민국 1세대 기업인
'기업보국'의 기치로 한·일 통합 경영자 '우뚝'

[신격호 별세] 맨손에서 롯데 일궈낸 1세대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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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롯데그룹은 "어제 밤 신 명예회장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오늘 오후 별세했다"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한 가족들과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들은 서울아산병원에 모여 신 명예회장의 임종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1921년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 도쿄에서(주)롯데를 만든 롯데그룹의 창업주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그야말로 '맨손'으로 시작해 식품·유통·관광·석유화학 분야를 아우르는 대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등과 함께 대한민국 1세대 대표 기업인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 명예회장은 한·일 수교 이후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웰푸드 를 설립, 본격적인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신용' 밑천…근면성실한 문학청년

신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에 5남5녀의 맏이로 태어났다. 그는 1942년 관부 연락선을 타고 일본으로 넘어가 신문과 우유배달 등으로 고학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무기는 '신용'이었다. 그가 일본에 건너가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학을 했는데, 비가 오나 눈이오나 어떤 경우에도 우유 배달시간이 워낙 정확해 유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문이 나다보니 주문이 늘어나 배달시간을 못 맞추게 되자 신 명예회장은 자기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 배달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것이다.


이러한 신 명예회장의 신용과 성실성을 지켜본 ‘하나미쓰’라는 일본인이 사업을 해볼 것을 제의 받아 1944년 커팅 오일을 제조하는 공장을 설립하게 된다. 당시 돈 5만엔을 선뜻 내 줬다. 이 돈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는데, 미군기의 폭격으로 공장을 가동해 보지도 못하고 전소되고 만다. 어렵게 재기를 했으나 다시 폭격을 당해 전소돼 버렸다. 그래도 하나미쓰는 신 명예회장을 지속적으로 신뢰해 도왔고, 신 명예회장은 이후 재기에 성공해 일 년 반 만에 이 돈을 모두 갚고 고마움의 표시로 하나미쓰에게 따로 집을 한 채 사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학창시절 문학을 사랑하던 소년이었다. 특히 그는 세계적인 문학가 괴테가 25살에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극중 등장하는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을 따 신 명예회장은 사명을 '롯데'로 짓게 된다. 모든 제품이 샤롯데처럼 소비자들로부터 영원히 기림 받는 매력적인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생전에 "롯데라는 신선한 이미지를 바로 상호와 상품명으로 택하기로 한 결정은 내 일생일대의 최대의 수확이자, 걸작의 아이디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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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꿔놓은 '껌' 사업

태평양 전쟁이 끝난 이후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자 껌은 일본에서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신 명예회장은 이 때를 기회 삼아 껌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드디어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법인사업체를 만들게 된다. 이때 회사 이름 '롯데'가 탄생한다.

서구문명의 상징인 껌에 일본 성인들은 비난을 퍼부었지만 신 명예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일본에서 껌의 핵심 타깃은 바로 어린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롯데는 풍선껌 사업을 강화해 아예 풍선껌을 작은 대나무 대롱 끝에 대고 불 수 있도록 풍선껌과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했다. 당시에는 변변한 장난감이 없던 터라 롯데의 풍선껌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껌이라는 상품자체가 식품이라기보다는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이라는 제품의 핵심가치를 간파한 것이다.


1961년 신 명예회장은 일본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자 초콜릿 생산을 결단한다. 초콜릿 산업은 과자 사업 중에서는 중공업이라고 불릴만큼 제조방법이 까다롭다. 신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최고의 기술자와 시설을 들여오면서 초콜릿 시장을 장악하고 이것이 롯데가 종합메이커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해 성공을 거듭한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의 기치…한·일 통합 경영자로 '우뚝'

"새롭게 한국 롯데 사장직을 맡게 되었사오나 조국을 장시일 떠나 있었던 관계로 서투른 점도 허다할 줄 생각되지만 소생은 성심성의, 가진 역량을 경주하겠습니다. 소생의 기업 이념은 품질본위와 노사협조로 기업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1967년 한국 롯데웰푸드 설립 당시 신 명예회장의 인사말이었다. 일본에서 사업을 일으킨 신격호 명예회장의 꿈은 조국 대한민국에 기여하는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 롯데웰푸드 를 세우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일 통합경영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롯데그룹은 1970년대 롯데칠성 음료와 롯데삼강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발전했으며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을 설립해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통·관광 산업 현대화의 토대를 구축했다. 더불어 호남석유화학과 롯데건설 등으로 국가 기간산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대한민국 '유통'의 거목으로

한국전쟁 이후 경제개발과 국토재건 사업에 집중해온 우리 정부는 1970년대 후반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7~1981)을 진행했다. 국민소득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 욕구와 구매 패턴이 다양해졌지만, 유통업을 대표하는 백화점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미흡했다. 대부분 영세하고 운영방식이 근대화 되지 못했던 1970년대 신 명예회장이 뛰어들었다.


현재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인 롯데쇼핑센터 건립공사는 1976년 시작해 1979년 12월에 완료됐다. 규모는 연면적 2만7438㎡, 영업면적 1만9835㎡에 지하1층, 지상 7층에 이르렀다. 이는 기존 백화점에 비해 2~3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7465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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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한류' 청사진'

1973년 6년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연 롯데호텔은 당시 '한국의 마천루'로 불렸다. 지하 3층, 지상 38층의 고층 빌딩으로 1000여 객실을 갖춘 롯데호텔 건설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에 버금가는 1억5000만달러가 투자됐다.


호텔 사업 구상은 신 명예회장과 롯데그룹에 대단한 모험이었다. 당시에는 산업기반이 취약한데다 국내에 외국손님을 불러올 국제 수준의 관광 상품도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관광업 자체의 민간투자가 저조한데다 산업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 거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신 명예회장의 신념이었다.


신 명예회장은 1984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사업을 지시한다. 당시 롯데 임직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허허벌판이었던 잠실벌에 대형 호텔과 백화점, 놀이시설을 짓는 것이 과연 사업성이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신 명예회장의 계획은 성공했다. 1989년 문을 연 롯데월드는 현재 세계 최대규모의 실내 테마파크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95년 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최초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꼽힌다. 그는 1988년 1000억원을 들여 서울 잠실에 부지 8만7770㎡를 매입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서울시에 제2롯데월드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23년만인 2010년에서야 승인을 얻었다. 지상 123층 지하 6층의 규모로 높이만 554.5m에 이른다.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를 개장한지 한달만인 2017년 5월 3일 꼭대기층을 찾아 자신의 평생 숙원을 이뤘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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