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 건강한 이혼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고유정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치밀하고 잔혹한 범행수법이 속속 드러나면서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저버린 극악무도 행위에 전국민이 경악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분노가 그를 이토록 잔인한 살인마로 만들었나 의문이 증폭되지만 정작 고유정은 범행동기에 침묵하고 있다.
고유정 사건에서 갈등의 정점은 바로 '면접교섭'이다. 고유정과 전 남편 강씨는 이혼한 후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의 양육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양육권이 있는 고유정은 강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았고 아들이 보고싶었던 강씨는 법원에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만에 만나기로 한 날 살해당하고 만다.
고유정의 극단적인 범죄는 용서받기 힘든 것이 자명하지만, 그가 처했던 이혼가정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면접교섭권은 자식을 양육하지 않는 한쪽 부모와 자녀가 서로 직접 만나거나 편지 또는 전화 등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자녀를 면접교섭권의 객체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면접교섭권 행사를 두고 다툼을 빚는 일이 잦다. 특히 유책배우자의 면접교섭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이 입장으로 돌아가보자. 이혼으로 부부의 연이 끊어졌다 하더라도 아이에게는 여전히 아빠와 엄마가 존재한다. 미성년 자녀라면 부모의 사랑과 손길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부부갈등을 자녀에 투영시켜 면접교섭을 막는 것은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와 다름 없다. 미국ㆍ프랑스ㆍ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이혼 절차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이 부모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가사상담을 진행한다. 면접교섭의 중요성을 간파한 오스트리아에서는 면접교섭센터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양육자와 부양육자 모두에게 면접교섭의 의무감을 일깨우고 있다. 이로 인해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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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양육비 불이행에 대한 비판은 높지만 면접교섭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면접교섭이 이뤄질 때 자발적 양육비 이행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반대로 자녀를 자주 만나면 애정이 두터워 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양육비를 지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유정 사건이 우리 사회가 이혼가정과 아이들을 보듬고 '건강한 이혼'을 지향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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