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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생존 절벽…"먹는 장사 30% 망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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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ㆍ술집 "역대 최악 매출 한숨만"…지난 1년간 외식업 폐업 30%
인건비, 임대료 부담 높은데 외식비 지출은 안해 매출 급락
외식 자영업자 생존 기로

외식업 생존 절벽…"먹는 장사 30% 망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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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서울 구의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최상미(62·가명)씨는 갈수록 커지는 인건비 부담에 아르바이트생을 대폭 줄였다. 최 씨는 "예전엔 6명의 아르바이트생을 썼는데 현재는 바쁜 점심시간에 3시간만 일하는 쪼개기알바를 쓰고 있다"며 " 인력을 줄여도 장사가 잘 되던 시기와 비교하면 수익이 60% 줄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 씨는 최근에는 반찬 가짓수도 줄이고 메뉴도 비교적 저렴한 원재료 위주로 조정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10여년간 영업을 한 A 한정식은 올해 문을 닫았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작됐을 때도 버텼지만 예약손님이 줄고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결국 폐업하기에 이른 것. A 한정식을 운영했던 사장 최인중(54ㆍ가명)씨는 "인사동 한정식보다 인근 익선동에 세련된 식당으로 손님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면서 "잘 나가던 때에 비해 예약률은 3분의1토막 났는데 인건비나 원재료값은 계속 올라 식당을 접고 당분간 쉴 계획"이라고 토로했다.

외식업이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퇴직 후 외식업에 뛰어든 40~50대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빚만 떠안은 채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실제 지난 1년간 3분의1에 해당하는 외식업체가 문을 닫는 등 폐업이 속출했다. 내수 경기 침체와 인건비 인상과 함께 급격한 경쟁 심화로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도소매ㆍ숙박ㆍ음식점업종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5조6000억원(2.8%) 증가한 20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대출 증가 규모는 지난해 2분기(6조원)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특히 1분기 도소매ㆍ숙박ㆍ음식점업종의 대출 증가액은 전체 서비스업 대출 증가 규모(9조9000억원)의 절반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11.4%로 2009년 1분기(11.8%) 이후 최고치였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2009~2010년 연간 3%대였던 대출증가율은 지난해 두 자릿수 증가율(10.7%)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불경기 속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외식업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식업경기지수는 65.97로 지난해 1분기 69.45에서 크게 하락했다. 외식업경기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초과하면 성장세, 미만이면 위축세를 뜻한다.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외식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내수 경기 침체로 외식비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식당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비어있는 점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비어있는 점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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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년 새 문을 닫은 외식업소는 400개 중 125개(31.3%)였다. 중앙회는 회원 업소 43만개 중 표본이 될 만한 업소 400개를 뽑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최근 1년간 추적 조사했다. 2017년 10월 1차 조사 당시 영업을 유지했던 400개 업체 중 1년이 경과된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살아남은 업체는 275개였다.


폐업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인건비였다. 폐업 업체를 분석한 결과 인건비 비중이 크고 직원 수가 적을수록 폐업률이 높았고, 문 닫은 외식 업소의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41.3%로 살아남은 곳(35.4%)보다 높았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6.4%였다. 폐업한 외식업체들이 한 달 동안 지출한 평균 인건비는 396만원으로 생존 업체(352만원)보다 44만원 많았다. 폐업 업체가 직원 1명에게 지급한 평균 인건비는 305만원으로 생존 업체보다 약 100만원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퇴로가 없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올해 폐업하는 외식업도 전체 자영업자 중에서 20%가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통계청이 집계한 외식업 폐업률은 2015년 21.9%, 2016년 23.8%였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18년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외식업 가맹본부의 매출액은 12조1000억원으로 전년(12조7000억원)보다 6000억원이 감소했다. 2015년(16조5000억원) 이후 가맹본부 매출액은 계속 내림세다.


같은 기간 외식업 가맹점의 매출액은 30조10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1조2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이익을 따져보면 실상은 참담하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선임연구위원과 오상봉 연구위원의 '자영업 경영 상황의 동태적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영업이익률은 빠르게 줄고 있다. 2010년과 2015년 영업이익률 변화를 증감률로 계산해보면 음식점업 가맹점의 경우 영업이익률 감소율이 61.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프랜차이즈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가맹점주들은 최근 1년간 가맹점 매출액 변화에 대해 비슷(63%)하거나 감소(34%)로 응답했다.


김삼희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대내외적인 산업 환경의 악화로 외식업 경기가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규제는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며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입법보다는 산업을 진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맹본사의 원가 공개 등을 포함해 국회에 계류된 프랜차이즈 규제 관련 법안만 60여개에 달한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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