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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케이뱅크 손발 묶고, 신규인가 다그친 與

최종수정 2019.05.31 10:58 기사입력 2019.05.3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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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 인식, 대처 안이…인터넷銀 특례법 대주주 요건 완화하고, 신용정보법 개정해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케이뱅크가 개점휴업 상태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힘들어지자 주력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KT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에 가로막혀 자본 확충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여신 기능이 마비된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의 현주소는 인터넷은행 정책 실패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와 여당이 케이뱅크 사태 해결에 뜻을 모았다. 여당은 전날 당정 협의 후 대주주 요건 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단서를 단 게 아쉽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오는 3분기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보고 심사, 인가 과정에서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사태 수습보다는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에 방점이 찍혔다. 일의 순서도 바뀌었고,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도 안이하다.


사실 이 사태를 초래한 게 여당이다. 지난해 9월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통과시키면서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 한도를 늘리는(4→34%) 대신 대주주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 뿐 아니라 산업계에서 위반이 흔한 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률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결격으로 규정했다. 금산분리 당론에서 후퇴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현실과 맞지 않는 누더기 법안을 만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KT, 카카오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며 인터넷은행 2개 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쯤 되면 케이뱅크 사태에 책임 있는 여당이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를 다그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날 자리도 키움뱅크, 토스뱅크를 모두 탈락시킨 데 대한 질타가 깔려 있다. 법 개정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인터넷은행 인가는 제 2 케이뱅크 또는 시중은행 복사판을 부를 공산이 크다. 당장 박용진 의원이 반대 뜻을 밝히는 등 당내 비판으로 대주주 요건 완화 논의 과정 또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4년 전 정부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예비인가를 내줄 때만 해도 현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지분 한도를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주주 요건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끼어들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경영상 책임과는 별개로 인터넷은행이 정책 불확실성의 피해자라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게 새 인터넷은행 투자를 이끌고 싶다면 운동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서둘러 특례법을 개정해 산업자본 대주주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이 다양한 신용정보를 활용해 새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개정도 필요하다. 기존 플레이어의 묶인 손발을 풀어주면 새 플레이어들은 말려도 들어온다. 은행업 라이선스 하나 더 주는 게 '규제혁신', '금융혁신'은 아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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