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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종로총선 충격 대예언, 3개월 뒤 국회의장석은…

최종수정 2020.02.03 16:09 기사입력 2019.06.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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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2016년 총선 앞두고 트위터에 “여론조사 기억해 달라”…대역전으로 끝난 서울 정치 1번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창립 5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7.3%p 격차입니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보이겠습니다.” 2012년 3월24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이다. 4월13일 제20대 총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는 대패(大敗)의 기운이 보였지만 본인의 당선을 호언장담한 것이다.


가장 최근 총선인 2016년 제20대 총선, 종로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정세균 전 의장이 트위터에 언급한 여론조사는 연합뉴스와 KBS가 2012년 3월20~23일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종로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500명을 상대로 전화로 진행한 조사 결과였다.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45.8%,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 28.5%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서울의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새누리당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당시는 여론조사 홍수의 시대였다.


자고 일어나면 여러 언론사와 기관이 참여하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공신력 있는 방송사와 통신사가 함께 조사한 결과라는 점에서 종로 여론조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13일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13일 20대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당선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세균 전 의장은 무엇을 믿고 여론조사 숫자를 기억해달라고 했을까. 정치인들이 가장 당황할 때는 본인들이 지역구에서 시민들을 만나 체감하는 분위기와 여론조사가 크게 다를 때다. 특히 선거를 오래 치른 정치인일수록 이른바 ‘감(感)’이 좋다.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청할 때 상대가 보이는 태도, 눈빛만 봐도 선거 판세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안다는 얘기다. 정세균 전 의장은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바닥민심과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만약 여론조사 내용대로 선거결과가 나왔다면 망신으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자신의 총선 승리를 호언장담한 이유다. 정세균 전 의장은 지역구 관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이고 자영업자나 노인층 등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쪽까지 지지기반이 넓다.


종로는 하나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역대 총선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지역구를 꼽는다면 종로는 언제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총선을 20일 앞둔 상황에서 17.3%포인트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면 판세는 이미 결정됐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세균 국회의장이 28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열은 가려진 것과 다름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바닥민심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가능한 일이다. 주목할 부분은 여론조사와 바닥민심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는 특정 언론사의 왜곡 때문이 아니라 당시 여론조사 기법의 한계 때문이다. 당시 여론조사는 대체로 유선 전화면접 100% 방식으로 이뤄졌다. 쉽게 말해 한국전화번호부 인명을 기준으로 유선 전화(집 전화)로 연결해서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집 전화가 아예 없는 사람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은 실제 민심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화이트칼라 계층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유선 전화 응답이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할 경우 무선 전화 조사가 가능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회의원 지역구별로 휴대전화번호를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 대부분은 유선 전화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4월13일 20대 총선 개표함이 열리자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상황은 현실이 돼 버렸다. 유선 전화 100%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종로다.


정세균 후보는 52.60%(4만4342표)의 득표율로 39.72%(3만3490표)를 얻는 데 그친 오세훈 후보를 꺾고 여유 있게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 정세균 28.5%, 오세훈 45.8%로 나온 것과 비교하면 개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정세균 후보는 이화동, 혜화동, 창신동, 숭인동 등에서 크게 승리했고 청운효자동, 부암동, 무악동, 교남동, 가회동, 종로1~4가동, 종로5~6가동에서도 승리했다. 오세훈 후보는 사직동과 삼청동에서만 근소하게 앞섰다.


종로 지역구 대부분은 정세균 후보의 우위로 끝났다는 얘기다.


정세균 후보가 자신의 트위터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긴 3개월 후 그는 제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 됐다. 만약 2016년 3월 여론조사가 실제 개표 결과로 이어졌다면 국회의장은커녕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20대 총선 이후 선거 여론조사도 많이 바뀌었다. 지금은 주요 여론조사 기관이 휴대 전화 번호를 최대 100%까지 반영한다. 유선 전화 시대에서 무선 전화 시대로 여론조사의 중심축이 이동한 셈이다.


종로는 내년 4월 21대 총선에서도 핵심적인 관심 지역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종로 출마설이 나오고 있지만 ‘정세균의 벽’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정세균 전 의장이 정치 은퇴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황교안 대표가 종로 지역구 출마를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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