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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오늘]제사장 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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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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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챔피언스! 텔레비전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알리는 노래가 울려 퍼지면, 내 가슴이 뛰었다. (중략) 성가대의 합창을 연상시키는 느려터진 소프라노.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클럽대항전의 공식 음악은 축구라는 거칠고 대중적인 게임에 약간의 품위를 입히며, 자칫 광란으로 치달을 팬들의 마음을 경기 전에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4년마다 6월 한 달 반짝 나를 흥분시키는 국가대항전인 월드컵보다 국가와 무관한 축구의 향연을 나는 더 즐겼다."


축구를 사랑하는 시인 최영미가 2011년 중앙일보의 위촉을 받아 유럽 축구 르포를 쓴다. 잉글랜드를 향해 떠나기 전에 프롤로그 비슷한 에세이를 남겼다. 그는 청각을 자극한 챔피언스리그의 주제 음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대한 문이 열리는 듯한, 수십만 군중의 심장이 요동치는 듯한 팀파니의 박동과 웅대한 선율은 텔레비전 화면에 경기장의 피치가 떠오르기도 전에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1992년부터 '별들의 전쟁' 챔피언스리그의 주제음악으로 사용하는 이 음악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이 작곡한 '제사장 사독'(Zadok the Priest)을 영국의 영화음악 작곡가 토니 브리튼이 현대 감각으로 편곡한 곡이다. 헨델은 1727년 왕위를 계승한 조지2세의 대관식을 위해 모두 네 곡으로 구성된 대관식 찬가(Coronation Anthemes)를 지었다. 제사장 사독은 그중 첫 곡이다.


2014년 오늘,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에스타디오 다 루즈에서 열린 2013~2014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4-1로 누르고 우승했다.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얻어낸 기념비적인 승리였다. 2001~2002시즌 이후 12년 만에 통산 열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림으로써 '라 데시마(La Decimaㆍ10회 우승)'의 위업을 이루었다. 2017~2018시즌에도 우승한 레알은 최다 우승 기록(13회)을 보유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의 뿌리는 1955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첫 대회를 연 '유러피언 챔피언스 클럽컵'이다. 유럽 각국의 리그 우승 팀들이 참가하는 대회였다. 이 대회는 '유러피언컵' 또는 '챔피언스컵'으로 불리며 1960년에 창설된 '컵위너스컵', 1971년에 시작된 'UEFA컵'과 함께 3대클럽대항전을 이루었다. 컵위너스컵이 1998~1999시즌을 마지막으로 폐지되면서 챔피언스리그는 움직일 수 없는 권위를 갖추게 되었다.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은 6월2일 오전4시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있는 완다메트로폴리탄 경기장에서 열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인 토트넘과 리버풀이 경기한다. 토트넘에 속한 우리 손흥민 선수가 출전한다면 박지성 선수(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에 이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가는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된다.


박지성 선수는 2008~2009, 2010~2011시즌 결승에 출전했지만 매번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 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정상에 오른 2007~2008시즌 결승 때는 출전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 손흥민 선수는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이기 때문에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축구팬들이 제사장 사독의 선율에 취해 새벽을 밝힐 것이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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