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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5월 그리고 현실의 이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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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주말 도로는 도심을 떠나는 자동차들로 가득 찬다. 꽃의 화려함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오감을 깨우는 싱그러움이 가득할 것만 같은, 5월은 여행을 싫어하는 이들까지 유혹해 가까운 천변이라도 걷도록 하는 힘을 가졌다.


그런 5월, 취재 현장으로 가던 버스 안. “날씨'는' 참 좋네...” 운전대를 잡은 그의 한숨 섞인 한마디 속 보조사가 강렬하게 귀에 꽂혔다. 날씨는 좋은데 다른 무엇이 그렇지 않았던 것일까. 그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경상수지 최악, 취업자증가 최악, 소득분배 악화, 기업투자 악화, 어닝 쇼크, 원달러 환율 급등, 주식시장 급락, 국회 파행, 미중 무역협상 위기, 남북미 관계 교착 장기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유난히 이질감이 잦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최악’이라는 대안 없는 종말론적 진단이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고, 대중(大衆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수준을 비약하는 악순환이 고착화되는 듯하다. 그릿(GRIT) 등 한 때 유행했던 용기와 극복 말하는 건 사치처럼 느껴진다.


경기도 시흥 농로 차안에선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34세 남편과 35세 아내는 4살 아들과 2살 딸을 꼭 끌어안고 의자에 앉은 채로 운명을 달리했다. 아내는 석 달 전, 남편은 한 달 전에 직장을 그만뒀는데 사채 등 7000만원의 빚이 있었다고 한다. 울산에선 30대 엄마와 10대 딸은 대교 위에 섰다. 경찰의 설득에도 모녀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고, “힘들다”는 말을 반복하며 투신을 기도했다. 다행히 5시간만에 구조된 모녀, 생활고 때문은 아니었다고 전해졌다. 한 30대 여성은 달리는 KTX에서 뛰어내렸다.


아무개를 극단으로 내 몬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정서적 충격에 취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정서적 사건이 자신에게 미치는 충격을 과대평가하는 이른바 ‘충격편향’에 빠지기 쉽다. 호재보단 악재에 민감하고 특히 주위 환경은 이를 더욱 증폭 시킨다.

‘최악’이라는 레토릭이 일상이 지배한다. 이를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에서, 누군가는 영리를 목적으로 활용한다. 시간은 정상의 복원이 아닌 책임을 미루고, 진영의 논리를 공고히 하는 데 쓰인다. 현실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지옥문 입구의 글귀 <여기로 들어오는 모든 자들은 희망을 버릴지어다>를 말하는 듯 하다. 5월 눈이 부시게, 위안과 희망이 절실하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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