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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단편소설집', '레드'보다 치열한 스승과 제자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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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극단 '적'의 연극 '단편소설집'은 스승과 제자의 2인극이라는 점에서 연극 '레드'와 닮았다. 하지만 남성 두 명이 스승과 제자로 등장하는 레드와 달리 단편소설집은 여성 두 명이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는다. 단편소설집은 여성의 언어로 쓰였다는 점에서 레드와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단편소설집은 유명 단편소설 작가인 루스 스타이너 문예창작과 교수와 제자 리사 모리슨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간의 갈등, 삶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레드는 실존 인물인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와 제자인 가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연극이다.

단편소설집은 제자 리사가 루스 교수의 작업 공간에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레드도 켄이 로스코의 작업실로 찾아오면서 극이 시작된다. 스승의 작업 공간에서 두 배우가 공연 내내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설정도 동일하다. 단편소설집에서 루스가 자신을 고용주라 얘기하고, 리사에게 아버지 세대를 밀어내야 한다고 조언하는 장면도 레드의 로스코를 떠오르게 한다.

연극 '단편소설집', '레드'보다 치열한 스승과 제자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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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유사한 설정에도 단편소설집은 레드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여성의 언어로 쓰여진 단편소설집에서 스승과 제자의 논쟁이 레드보다 더 치밀하다는 느낌을 준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레드가 2년이라면 단편소설집은 7년으로 더 길다. 서로를 더 잘 알고 있기에 단편소설집에서의 논쟁은 더 솔직하고 치열해진다.


단편소설집에서는 제자인 리사의 작품이 토론의 대상이 된다. 루스는 리사의 글을 읽으며 어떤 부분이 좋고 어떤 부분은 고쳤으면 좋은지 이야기해준다. 스승도 자신의 작품이 어땠는지 제자에게 묻는다. 하지만 레드에서 켄은 자신의 작품을 끝내 로스코에게 보여주지 못 하고 로스코도 켄의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제자의 작품을 이해하려 노력하다는 점에서 단편소설집의 루스 교수는 레드의 로스코보다 덜 꼰대로 느껴진다.


또 루스는 레드의 로스코보다 제자 앞에서 더 솔직하다. 루스는 리사가 작가로서 유명해지자 기뻐하면서도 솔직히 질투가 난다고 말한다. "어쩌면 부러움이라고 해야 할까. 난 네가, 네 앞에 그 모든 삶이 기다리고 있어서 질투가 나. 오래 전에 내가 추었던 그 춤을 추는 널 그저 뒤에 앉아서 보고 있을 수 없는 거야. 그게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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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은 리사 역시 마찬가지다. 리사는 잡지 '그랜드 스트리트'에 자신의 작품이 실려 등단한 날부터 불안감에 휩싸이다.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다 쏟아냈는데 이제 뭘 더 쓸 수 있을까라며 스승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루스는 그런 리사를 위로한다. "우리는 다 뒤지는 걸로 살아. 모든 작가가 그래. 다 중고 장터를 헤집고 다녀. 이웃에서 내다버린 것을 헤집고 재료를 찾지, 뭐든지 우린 손을 댈 수 있어. 뻔뻔스럽게." 소재는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루스의 이 말은 리사가 스승의 아픈 기억을 자신의 첫 장편소설 소재로 삼는 이유가 된다. 루스와 리사가 격렬하게 갈등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자 단편소설집이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단편소설집은 스승 루스와 제자 리스를 통해 예술의 윤리와 예술가가 가져야 할 책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술이 과연 다른 사람의 인생을 침해할 권리가 있는지, 또는 예술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이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 묻는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논쟁을 치열하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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