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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종표, 노래·연기 두 토끼 노리는 '윌리엄 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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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종표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바리톤 김종표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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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움직이지 말거라. 간청하듯 무릎을 꿇거라. 신에게 기도해라. 하늘을 우러러 봐라. 날카로운 화살에 겁먹을 수 있으니."


바리톤 김종표(42)가 국립오페라단의 대작 오페라 '윌리엄 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장면이다. 윌리엄 텔은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김종표는 주인공 윌리엄 텔을 연기한다.

텔은 3막에서 아들 제미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쏜다. 잔인한 오스트리아 총독 게슬러는 사과를 맞추지 못 하면 텔과 아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한다. 윌리엄 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로 그 장면이다. 주인공 텔의 유일한 아리아도 이 장면에서 나온다.


"텔이 강인한 모습만 보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강인함과 따뜻함을 갖춘 텔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난다." 김종표는 텔을 연기하면서 비로소 자신이 아버지의 나이가 됐음을 실감했다. "아들이 제미와 비슷한 또래여서 감정이입이 된다."

텔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윌리엄 텔에서 중요하다. 윌리엄 텔이 13세기 초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스위스의 독립운동 역사라는 무거운 서사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보통 오페라에서는 배우의 노래 실력이 중요시되지만 윌리엄 텔의 주인공 텔에게는 노래 실력만큼 뛰어난 연기력이 요구된다. 국립오페라단이 김종표에게 텔을 제안한 이유다.


김종표는 늦게 오페라에 입문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오페라를 하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페라를 시작했다. 경성대 예술대 음악학과를 졸업한 뒤 울산시립합창단에 입단했다. "늦게 시작해서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그는 오페라를 더 배우고 싶어 200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 진학해 오페라 3년 과정을 마쳤다.

김종표는 "연기도 잘 하는 오페라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연기도 따로 배웠다. 소위 비디오가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 노래만큼 연기력을 요구하는 오페라 관객들이 늘면서 김종표는 주목받았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주역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작품에서도 처음으로 주역을 맡았다. 그는 '유쾌한 미망인'에서 다닐로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역대 가장 많은 제작비를 투입한 윌리엄 텔에서 다시 주인공을 제안받은 배경이 됐다.


"연기를 한다고 의식하기보다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수염도 기르고 있다. 텔이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관객들이 혹시 텔이 너무 젊어보인다고 하지 않을까 싶어 수염을 기르고 있다. 3주 넘게 길렀는데 수염이 잘 안 자라 고민이다."


아들의 머리에 놓인 사과를 겨냥해 화을 쏘고 탈진한 윌리엄 텔.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아들의 머리에 놓인 사과를 겨냥해 화을 쏘고 탈진한 윌리엄 텔.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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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텔은 로시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오페라다. 이탈리아 태생인 로시니는 짧고 유쾌한 내용의 오페라를 많이 썼다. 프랑스의 그랑 오페라를 본 뒤 무게감 있는 대작을 썼는데 윌리엄 텔이 대표적이다. 이번 공연에서 공연시간을 고려해 무용 부분을 덜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 중간휴식을 포함한 공연시간이 3시40분이다.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무대에 오르는 인원도 150명에 달한다. 1막부터 압도적이다. 합창단만 70명이 등장해 무대를 꽉 채운다. 쉴 새 없이 웅장한 합창이 이어진다. 게다가 텔만큼 중요한 배역인 아르놀드는 테너가 낼 수 있는 가장 고음인 하이C음을 28번 이상 소리 내야 해 아르놀드 역을 소화할 수 있는 테너를 찾기도 쉽지 않다. 로시니가 윌리엄 텔을 작곡한 후 40년 가까이 더 살면서도 오페라를 더 이상 작곡하지 않은 이유가 자신의 작품을 노래할 성악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여러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윌리엄 텔은 쉽게 보기 어려운 공연이다. 국립오페라단은 3ㆍ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국내 초연 무대를 마련했다. "오스트리아 군인들이 스위스 민중을 탄압하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일제 치하에서 탄압받은 우리 민족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윌리엄 텔은 40대가 돼서야 전성기를 맞이한 김종표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지금까지 부파(희극 오페라)를 많이 했고 다닐로나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등 유쾌한 역할을 주로 했다. 그래서 윌리엄 텔을 제안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으로 무거운 작품을 하게 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연기 변신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또 제 나이대에 맞는 아버지라는 역할을 처음 하게 돼 의미있는 작품이다. "


전투 결의를 다지는 윌리엄 텔과 군사들.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전투 결의를 다지는 윌리엄 텔과 군사들.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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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쟁취한 민중들과 윌리엄 텔.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자유를 쟁취한 민중들과 윌리엄 텔.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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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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