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레이와' 정치·외교 재정립, 韓日 정치·경제 분리 어렵다
日 기업들 한국 투자 급감…비자 발급·송금 제한 등 보복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재계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됐던 과거 기조가 깨지고 정치적 갈등이 경제적 피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산업 구조가 일본의 핵심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한일 외교 관계 악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레이와(令和) 시대를 맞아 양국의 정치ㆍ외교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면에서 경제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2일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보수 성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새 일왕 시대를 계기로 양국의 정치, 외교 입장을 더욱 강경화 할 수 있다"며 "정치와 경제를 더 이상 분리해서 생각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우리 산업계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우리 대법원이 과거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측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 현지 매체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관세를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 산업계는 일본 정부가 이를 현실화 할 경우 일본 수입품 대부분이 소비재가 아닌 산업재인 만큼 피해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물질인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린화수소)를 전량 수입하는데, 이 중 90%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기술과 부품, 소재 등의 공급이 끊기면 국내 기업들의 생산에 즉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도 크게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대 한국 투자는 2014년 24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3억달러로 급감했다.
일본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비자 발급 제한이나 송금 제한 등 보복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자 없이 일본 여행은 가능하나, 90일 이상 현지에 체류하려면 장기체재용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또 한국인의 일본 기업 취업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취업자 중 일본은 31.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일 관계 악화가 우리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간 교역액은 851억3000만 달러(98조9300억원)로, 수출은 305억2900만 달러(35조4800억원), 수입은 546억400만 달러(63조470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약 240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이 실제 경제 보복 조치를 실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특정 품목에 대해 관세를 높일 경우 우리도 보복 관세로 맞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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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교수는 "작년 대법원 판결 이후 우리 정부에서는 사실상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손을 놓고 있어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일본에 대해 경제적 보복은 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비대칭적인 피해로, 결국 우리 쪽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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