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노조와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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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31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71명이 평택 공장으로 출근한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후배 기자가 부리나케 현장으로 달려갔다. 2009년 대규모 정리 해고 사태 이후 약 9년 만에 복직하는 쌍용차 노동자의 표정을 생생히 담고 싶어서였다.


칼바람이 부는 맹추위에도 취재진과 뒤엉켜 열기가 후끈 달아오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프라인 매체는 볼 수 없었고 사진이나 영상 촬영 기자 몇 명만 함께했다.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출입 기자로 9년여 만에 복귀한 지 한 달 만에 겪은 일이다. '이슈에 대한 밸류(가치) 판단을 잘못한 것인가' '후배를 고생만 시킨 것인가' 별별 생각이 들어 댓글을 살펴보니 섬뜩했다. "막노동으로 버텼다" "처음 입사한 기분이 들어 한숨도 못 잤다"는 노동자의 소감을 담은 기사에는 "범법자를 왜 다시 불러들이냐" "조금 있으면 또 파업해서 쌍용차 문 닫겠네" 등 소위 '악플'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자동차 노동조합을 가리켜 흔히 '귀족 노조'라고 한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연봉이 1억원에 가깝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가 아닐까 추정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강하게 믿지만 공장 생산직 연봉이 억 단위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처음 접하고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이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사실 2교대로 근무하면서 낮과 밤이 수시로 바뀌는 삶은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한낮에 커튼을 겹겹이 치고 잠을 청해도 정신은 말똥말똥해 낮술에 의존하는 경우도 봤다. 어찌 됐든 누군가는 힘들다는 이유로 꺼리는 일이니, 충분한 대가를 받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난항→파업→사업장 점거→재협상→기본급 인상이 이들의 고연봉으로 귀결했다는 눈초리는 굳이 언론을 통하지 않아도 세간에서 자연스레 굳어졌다.


강성으로 분류하는 자동차 노조가 정당한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쟁의 행위를 이어가는 것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할 이유는 없다. 무분규의 대명사로 통했던 르노삼성자동차도 기본급 인상을 놓고 노사가 수개월째 대립하며 파업 대열에 동참했다. 어김없이 "노조가 르노삼성을 망치고 있다"는 댓글이 달린다. 자동차 노조를 대하는 우리 국민의 사회적 반감은 상상 그 이상인 게 분명하다. 노조도 현실을 직시할 타이밍을 더 이상은 놓쳐선 안 된다.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사물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것처럼 위기는 순식간에 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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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혜원 기자 kimhye@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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