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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을 지켜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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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택시를 타고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택시기사가 뒷좌석 승객이 벨트를 매는 건 보기 힘들다며, 혹시 모를 단속에 걸리지 않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하긴 택시기사 중에도 벨트를 매는 시늉만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감사 인사도 이해는 된다.


최근 자동차 앞뒤 모든 좌석에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의무화됐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물도록 법규가 강화됐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안전벨트를 일종의 '선택'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다 1990년대부터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운전석 외 보조석 의무 착용에 이어 이제 전 좌석 의무 착용으로 확대됐다.

단속을 염려하는 택시기사를 대하면서 법이란 무엇인가, 규제란 무엇인가, 법은 왜 지켜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규제 측면으로 보면 인간의 본성이나 자유와는 반대 방향의 개념이 규제이며 법이다. 그러기에 법은 인간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 보면 법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다.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유롭고자 하는' 나의 본성에 반하지만 나의 생명과 신체를 지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혹은 기업 의욕을 북돋아야 한다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에 대한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이며 앞으로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속 단속도 불편한 교통법규 중 하나이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정확하게 단속 지점을 알려주지만 그래도 불편함을 느끼는 운전자가 많다. 인터넷상에는 과속단속을 피하는 방법이 난무한다. 젖은 휴지나 비닐 랩부터 번호판 반사전용 스프레이, 꺾이는(전동 또는 자석식) 번호판까지 그 방법도 다양하다. 물론 번호판에 손을 대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그러나 과속 단속이 누구를 위한 일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교통법규의 대표적인 규제 중 하나가 음주운전 금지다. 음주운전은 치명적인 법 위반으로 고위 공직자의 인사청문회에도 자주 등장하여 후보자의 발목을 잡는 일이기도 하다. 유명 연예인에게는 연예 생명을 중단시킬 정도로 치명적이다. 외국에서도 음주 운전에 대한 다양한 법적 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음주운전자의 나이와 성별, 자동차 번호판 등 신상을 공개하여 망신을 주는 예(호주), 음주운전자의 차를 압수한 뒤 매각하여 벌금을 제한 나머지 비용을 돌려주는 예(뉴질랜드), 음주운전자와 함께 술을 권한 사람이나 차에 같이 탄 사람까지 처벌하는 예(일본ㆍ말레이시아), 교통사고 사망자들이 반치된 영안실 청소를 하고 시신 닦는 일을 시키는 예(태국) 등도 있다.


음주운전이 운전자 본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속 강화는 별다른 이견 없이 공감을 얻는다.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9.7% 감소해 42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고 한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3429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21만7148건으로 전년에 비해 0.4% 감소했다. 그에 비하면 사망자 수의 감소는 성공한 교통정책의 결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자동차 증가 추세를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다. 특히 차량의 성능 개선을 감안하더라도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가 237명에 이르던(1970년) 것에서 지난해 1.6명으로까지 감소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줘서 고맙다던 택시기사에게 이렇게 말을 할 걸 그랬다. '다치면서까지 욕먹지는 말아야지요, 아니 죽으면서까지 욕먹지는 말아야지요.' 규제는 나를 위한 것이며, 그것이 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임정혁 법무법인 산우 대표변호사 · 전 법무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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