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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교육부, 전명규 한체대 교수 중징계 요구

최종수정 2019.03.21 14:56 기사입력 2019.03.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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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감사 결과 금품수수 관련자 등 12명 고발·수사 의뢰

사설강습팀에 무상 제공된 락커룸 등 폐쇄적 공간에서 폭행사건 발생


"폭행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교육부, 전명규 한체대 교수 중징계 요구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선수들을 상습적으로 폭행·성폭행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무마시키려 했던 전명규 한국체육대학 교수(전 빙상연맹 부회장)에 대해 교육부가 중징계를 요구했다.


대학 측이 부당한 방법으로 특정 사설강습팀만 빙상장을 이용하도록 한 데 대해서는 빙상장 사용료 등 5억2000만원을 회수 조치하고,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받은 교수 등 관련자 12명은 고발 및 수사 의뢰했다.


교육부는 21일 '교육신뢰회복 추진단' 제5차 회의를 열고 지난달 약 17일에 걸쳐 진행된 한국체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한국체대 체육학과 빙상부 전명규 교수(이하 A교수)는 실내 빙상장 락커룸에서 사설강습팀 B코치가 강습생을 폭행한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피해자 학부모를 압박하거나 피해자의 지인들을 동원해 합의를 종용했다. 피해자의 동생 또한 이 학교의 쇼트트랙 선수라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수는 대학 측이 피해학생과의 격리조치를 통보했는데도 제3자를 통해 피해학생들을 만나 졸업 후 거취문제를 거론하는 등 3차례에 걸쳐 접촉했으며, 지난해 4월 빙상연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 특정감사 직전에는 폭행 피해학생의 아버지를 만나 감사장에 출석하지 말도록 회유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수는 또 빙상부 학생이 훈련 용도로 협찬받은 4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자전거 2대를 넘겨받는가 하면, 특정업체 스케이트 구두 24켤레를 가품으로 납품받는 방식으로 대학이 정품 가액 5100만원을 지급하게 한 사실도 적발됐다. A교수는 최근 15년간 부양가족 변동신고를 하지 않고 가족수당 및 맞춤형 복지비 합계 1252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하기도 했다.


한국체대 역시 교내 실내 빙상장과 수영장을 국유재산법에 따른 경쟁입찰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신청서만으로 영리 사설강습팀에 대관해 소수의 단체들만 장기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특히, 2011년 이전부터 실내 빙상장 내 2개의 락커룸(각 36㎡)과 이에 딸린 샤워실 및 화장실(각 9㎡)을 A교수의 제자들이 운영하는 쇼트트랙 사설강습팀 전용공간으로 무상 제공했고, 이곳에서 사설강습팀 B코치가 강습생들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A교수가 대관허가 및 사용료 징수 없이 2015년부터 약 40개월간 제자인 C코치가 운영하는 사설강습팀 20여명에게 재학생들과 함께 훈련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3개 사설강습팀에서 초·중학교장 명의로 빙상장 대관 신청을 했는데도 대학에서 해당 학교가 아닌 사설강습팀에 승인 통보를 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은 4년 넘게 학교장 직인이 위조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체대 사이클부 D교수는 추석 명절과 스승의 날에 학부모 대표로부터 2회에 걸쳐 120만원을 받았고, 볼링부 E교수는 스승의 날에 학부모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했다.


특히, E교수는 국내외 대회 및 훈련에 수회 참가하면서 대학의 지원금과는 별도로 학생들로부터 소요경비 명목으로 합계 5억8920만원(국내 1인당 25만원 내외·해외 1인당 150만원 내외)을 현금으로 걷어 증빙자료도 없이 사용했으며, 이번 감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에게 실제 낸 돈보다 적게 냈고 그 돈도 주장학생이 관리한 것처럼 허위 진술하도록 지시하기까지 했다.


D교수를 포함해 6개 종목 교수 6명은 해외 전지훈련 후 허위영수증 등을 정산자료로 제출, 2905만원 상당의 학교 지원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이밖에 입시요강에 체육특기자 선발 상세 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등 입시를 투명하지 않게 운영한 사례, '지도교수 변경원'만 제출하면 수업을 한 것으로 인정한 사례, 최근 10년간 체육학과 교직이수 승인정원보다 1468명을 초과해 교직이수예정자를 선발한 사례 등 여러 분야에서 모두 82건의 비위행위가 적발됐다.


교육부는 이번 종합감사 결과를 근거로 폭행사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비위가 중한 A교수에 대해서는 중징계, 빙상장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금품을 수수한 교직원 등 모두 34명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중징계 또는 경징계하도록 요구했다. 외부인들이 무상 이용한 빙상장 시설사용료 및 부당하게 집행된 훈련비 등 합계 5억2000만원은 관련자들로부터 회수하도록 했다.


또 빙상장 시설 무단사용을 용인하고 스케이트 구두 가품을 납품받고도 업체에 정품대금 전액이 지급되도록 한 A교수, 학생 또는 학부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관련 교직원 등 모두 9명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밖에 특정 종목 교수가 입학조건으로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 대회 상금을 학생에게 주지 않았다는 의혹, 해외 전지훈련시 배우자 동행경비를 학교예산으로 집행했다는 의혹 등 감사에서 세세히 확인하지 못한 제보사항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비리 및 위반 사안에 대해 관련기관이 조속하게 행·재정상 조치를 이행하도록 엄중하게 관리·감독할 것"이라며 "체육계에 만연한 부정과 성폭력 문제 등이 한두 차례 감사로 해결되지 않는 만큼 교육부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 조사 활동과 '스포츠혁신위원회'를 통한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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