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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공간 복지, 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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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시를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커피숍을 보게 된다. 특정 브랜드를 거론해서 좀 그렇지만, 온 나라에 널려 있는 스타벅스만 봐도 인구 1인당 매장의 수가 이웃나라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스타벅스가 주로 테이크아웃점인 데 비해 한국 매장에는 좌석이 많은 것이 이채롭다. 사람들이 커피숍에서 하는 일을 보면 대개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하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다. 도서관에서 하는 일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공공도서관이 제공할 서비스가 커피숍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아쉽다. 그 땅값 비싼 맨해튼에도 크고 작은 공공도서관이 도보권 내에 연달아 있다. 뉴요커들이 그곳에서 여유를 갖고 여러 일을 하는 것을 (우리 상황과 비교해) 보면 심란해진다.

대도시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토연구원에서는 '기초생활 사회간접자본(SOC) 10분 내에 이용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전국의 기초생활 SOC 이용 가능 현황을 분석했다. 여기서 기초생활 SOC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보육, 교육, 응급의료, 복지, 문화, 체육, 교통 등 시설에 한정했다.


분석 결과는 처참했다. 보육, 도서관 등 10개 시설에 대한 접근성 분석 결과, 전국 거주지 면적의 5분의 1이 10분 내에 접근 가능한 기초생활 SOC가 하나도 없는 취약 지역으로 나타났다. 예측한 대로 도시 근교와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생활 SOC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구역 면적 기준으로는 강원도 삼척이 기초생활 SOC까지 10분 내에 도달하기 어려운 지역이 75%로 가장 넓었다.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복지 공간에는 접근조차 하기 어려운 곳이 많으니, '공간복지'를 이야기하는 게 멋쩍어진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선진 각국과 비교해도 유례가 없는 속도로 도시화를 구현해왔다. 그 과정에서 생산의 기반이 되는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댐과 1일 생활권 정착을 위한 복합터미널 및 교통 체계 개선 등 대규모 시설 중심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집중 투자가 빠른 속도로 전 국토의 도시화를 유인한 것이 사실이다.


더 빨리, 더 크게, 더 높이 등 올림픽 구호 같은 단어가 지난 반세기 동안 SOC 투자에 대한 키워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그동안 개발도상국 전문가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 도시 설계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할 때 받은 질문의 상당수는 개발의 속도에 관한 것이었다. 내심 우리가 잘 설계했다고 생각하는 공간계획의 비법(?)에 관한 질문을 기대했다가 대신 빠른 속도에 대한 비법 전수를 요청받는 게 다반사였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고 개도국으로부터 공인(?)받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소위 30-50클럽에 가입한 이 시점에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지금은 도시를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공간복지 정책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공간복지 정책이란 '공간이 곧 복지다'라는 생각 아래, 모든 세대와 계층에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지역의 요구에 맞춰, 적절한 공간으로 공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초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주민공동이용시설에서 생활서비스시설, 광역거점시설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시설과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활용해 각 지역에 필요한 생활편의 거점들을 공간복지시설로 제공해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생활 SOC 정책 추진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생활 SOC 정책의 성공적인 추진으로 공간복지가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제공하는 공간 자체가 확실한 '복지'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세용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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