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인권 강온양면책‥美 대화 동력 살리기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3일(현지시간)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를 펴내며 북한을 향해 강온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조짐이 겹치며 급부상한 대북 강경론에서 한 발 빼며 북과의 대화를 희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창리 파문'에 대해 당장 추가로 말할 게 없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임을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부분이 대폭 축소됐다. 미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전날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담은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 제재의 구멍을 속속들이 공개하며 대북 압박 메시지를 보낸 직후 북한의 아킬레스건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셈이다.
미 국무부가 이날 내놓은 '2018 국가별 인권보고서'에는 2017 보고서에 포함됐던 "북한 주민들이 정부의 지독한 인권침해에 직면했다"는 표현이 빠졌다. 2018 보고서에는 "(북한) 정부는 인권침해를 저지른 관리들을 처벌하기 위한 어떠한 믿을 만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이는 "어떠한 알려진 시도도 한 바 없다"는 2017 보고서의 표현보다는 다소 수위가 낮다. 마이클 코작 미 국무부 인권 담당 대사는 2018 보고서에 '지독한'이라는 표현이 빠진 이유와 관련해 보고서에 각종 인권침해 사례가 나열돼 있음을 거론하며 "함축적으로 북한은 지독하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지어 북한에 억류됐다가 돌아와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이름은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웜비어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믿는다'라고 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 단 일본이 집착하는 12명의 납치자 행방 파악에 진척이 없었다는 내용은 담겼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북한이 가장 아파할 두 가지 카드인 제재와 인권 문제를 연계해 북한을 향한 강온 병행 정책에 나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제재는 조이고 인권은 눈감아주는 상반된 대응으로 북한이 움직일 여지를 남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은 오히려 중국에 인권의 칼날을 들이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인권보고서 서문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발전시킨다면 그들의 전력과 상관없이 다른 정부들과 관여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라고 언급한 것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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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과 이란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난하면서 비핵화 협상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 등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미국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봐주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아직 이행하지 않았다"며 비핵화 협상이 '울퉁불퉁하고 먼 길'이 될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원한다는 데, 그리고 그 길을 따라 걸으려고 한다는 데 계속 낙관적"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견지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유엔을 방문해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 보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전날 발표된 유엔 대북제재위의 발표를 지지하며 대북 제재의 이행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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