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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빈 가슴만 가져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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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이가 쓰는 '여행지 느낌표']캄보디아 시엠립

뜨거운, 빈 가슴만 가져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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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바다, 럭셔리 리조트, 최고급 음식, 인피니티 풀이 있는 수영장에서 베드에 누워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을 원하신다면, 가지 마세요.


툭툭이를 타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더라도 앞니가 한두 개 없는 툭툭이 기사님의 환한 미소가 좋다면, 버스킹을 들으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그분이 아티스트가 아니라 구걸을 하는 분이란 걸 점…. 점…. 깨닫더라도 그 감동 이어갈 수 있다면, 가이드가 최고급 루프톱 바를 구경시켜 준다기에 헐벗고 갔는데 3층 옥상이라도 리듬에 몸을 맡길 수 있다면, 이 정도 마음가짐만 되어 있다면 캄보디아 씨엠립을 가세요. 그 어느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 기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났을 땐 오랫동안 잊지 못할 도시가 되어 있을 거예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될 수 있는 도시 씨엠립. 누리려 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하겠단 마음만 가지고 간다면 그곳은 천국을 선물해 줄 겁니다. 주머니가 가볍더라도 괜찮아요.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당신의 마음이 준비만 되었다면. 좋아요! 이제 저랑 편하게 가시죠~^^ 캄보디아 씨엠립으로 고~고!!!


톤레삽 호수의 깜퐁블럭 맹그로브숲


메콩강이 흘러들어 톤레삽이란 어마어마한 규모의 호수를 만들었다. 일단 톤레삽을 구경하려면 선착장에서 20달러 티켓을 산 후 큰 배든 작은 배든 골라 타고 출발하면 된다. 나는 일곱 사람 정도 탈 수 있는 배에 올랐는데, 초등학교 때, (죄송합니다) 사실 국민학교 때 앉았던 의자가 배 안에 일렬로 배치되어 있어 맘을 뺏겼다.


선착장 초입을 빠져나오니 곧 광활한 수평선이 보였다. 친구가 “바다가 좀 특이하지?” 라기에 믿었다. 그도 그럴 것이 톤레삽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한참을 가다 보니 바다에 수상 가옥들이 나왔다. 그러다 경찰서에 식당, 심지어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업하고 있는 초등학교까지. 애매했다. 선장이 재미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학교 근처에 배를 세웠다. 곧 학교에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물로 들어가더니 한쪽으로 건물을 밀고 있는 게 아닌가? 물이 빠지면서 균형이 깨지면 애들과 선생님이 나와 하루에 한 차례씩 건물을 밀어 균형을 맞춘다고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넋을 놓고 있는데 잠깐! 싸했다. 바다 한가운데서 아이들이 걷고 있다니! 순간 친구를 쳐다보니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렇게 바보인증을 하며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순간 5분 전에 헤드록을 걸던 친구와 끌어안고 뛰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다.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이제껏 좋은 말로 해, 밀크티 같은 물색만 보다 바로 앞에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를 형형색색 모아놓은 것 같은 색감을 보고 황홀한 기분까지 들었다. 울창한 숲이 통째로 물에 잠겨 있던 것이다.

잠긴 나무 사이사이 즐비한 쪽배, 노를 젓는 여인들의 의상과 모자. 앤디 워홀이 다녀간 듯한 색감이다. 똥색, 아니 밀크티 같은 색감에 피곤이 몰려올 때쯤, 깜퐁블럭 맹그로숲의 광경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마치 새로운 세계에 와있는 느낌이랄까? 청록색의 쪽배를 탄 그 30분이 잊히지 않는다. 캄보디아에 오길 잘했다. 30분이 3분 같았다. 이상한 감정이 북받쳤다. 한국에서 힘들었던 걸까? 아니면 이 순간이 행복해서일까? 앞만 보고 가던 친구의 넓은 등에 숨어 눈물을 훔쳤다.


지금도 그 감정은 모르겠다. 뭐 꼭 찾아야만 하는 건 아니니 접어둔다. 하지만 많은 도시를 여행했던 나로서는 처음 ‘어택’ 된 감정이라, 경상도 말로 “까리했다”. 참, 아름다운 여인들의 쪽배를 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인당 5달러, 둘이 타면 10달러. 혼자 타고 싶다면 10불을 모두 내도 된다. 물론 팁은 기본. 화사하게 웃는 그녀들의 미소에 지갑이 열린다. 또 하나! 시간을 맞춰 일몰을 보며 돌아온다면 금상첨화다. 배에서 보는 일몰이 또 기가 막힌다. 톤레삽이 시엠립에서 최고의 일몰 명소이니까.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감정의 화룡점정을 찍는다. 빠르게 달리는 배 안의 시끄러운 모터 소리마저 거슬리지 않는다. 호수가 워낙 커 일몰이 다 끝나도 선착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선착장을 내릴 땐 캄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엠립 시내 근처까지 차로 40분 정도 걸렸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면서 엉덩이가 춤을 추는데도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그날 어쩔 수 없이 또 술을 마셨다. 그러고 나니 ‘현타’가 왔다.


또 하나의 팁. 술은 꼭 싸고 맛있는 앙코르비어로 마시길. 예전 복숭아넥타, 쌕쌕이나 봉봉 같은 음료 캔의.. (그만 하자 넥타라니;;;) 암튼 캔을 따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캄보디아 시엠립은 처음 언급한 것처럼 어디를 가나 여행자마다 체감이 아주 다르다. 톤레삽 호수뿐 아니라 뱅밀리아 사원이나 프놈끄라움(Phnom Krom) 전망대 등은 특히 호-불호가 갈린다. 뭐든 맘먹기 나름이란 진부한 얘기를 하품을 하며 해본다. 캄보디아 시엠립은 하와이가 아니다. 캄보디아를 거창하게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그냥 그대로 보고 느껴라. 그러면 눈에 들어오는 것도 마음에 들어오는 것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행복지수가 높은 캄보디아, 그들의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글*사진 / 배우 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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