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본부장, "美 이야기 들어보는게 급선무"
비건과 만나 1.5트랙 대화·남북 경협등 논의예상
의견 충돌시 文 신한반도체제 추진도 불투명
'강경파' 볼턴 영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방미 중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난다.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 국장을 포함한 3자 회동도 예정돼 있다.


이번 회동은 2차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강화와 1.5트랙 대화 추진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 대북 관계 의지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시험대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남북 협력에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경우 향후 이어질 한미워킹그룹회의 등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한미워킹그룹은 남북 관계의 진전이 미국의 입장을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기 위해 진행되는 회의다. 북ㆍ미 관계가 다시 교착상태에 진입한 만큼 워킹그룹회의 운영도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워킹그룹회의는 매달 1회 양국을 오가며 대면으로 만나고 1회는 대면회의 의제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화상회의로 진행된다. 2월에는 북ㆍ미 정상회담 여파로 진행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3월에는 정상적으로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본부장이 워싱턴DC 도착 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이 급선무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함께 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우리 측이 각종 안건을 워킹그룹 회의에 올려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스티븐 비건(오른쪽)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비공개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의장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앞서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불명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이 정상 간 소통을 의미한 것인지, 남북 경제협력을 통해 대화 동력을 견인해 달라는 것인지가 애매하다. 문 대통령의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따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보고한 1.5트랙 대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보고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단계적 재개 역시 미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우리 측 희망에 그칠 수 있다. 미국의 협력이 없다면 유엔(UN)의 제재 예외조치도 불가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이 5일 정례브리핑에서 "하노이 회담 이후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지금 하고 있는 과정에 있고 1.5트랙 이런 대화 형식도 유용한 방식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 계획 수립 단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반응을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행보로 읽힌다. 통일부 관계자도 같은 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지만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도 워킹그룹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임을 인정했다.


만약 이번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회동에서 미측이 우리 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건다면 우리 정부도 적극적 움직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미측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 이후에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을 내린 만큼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을 용인할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전날 2~3주 내에 평양에 협상팀을 보내고 싶다고 밝힌 데 이어 국무부도 이날 북한과의 접촉은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미 측도 협상의 끈을 놓으려는 시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번 북ㆍ미 정상 회담 결렬에 톡톡히 한 몫 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존재다. 그가 북ㆍ미 간 협상에 또다시 관여해 강경 입장을 관철시키면 상황은 어려워질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그것(비핵화)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는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북 제재 확대를 고려하고 있지않다고 밝혔지만 미국내에서는 추가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AD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보좌관이 핵심 참모들의 사임 속에 입지를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볼턴 보좌관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지만 그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것은 언제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협상 결렬 우려가 커졌던 것은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