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핵화 속도 중요하지 않아"..막오른 핵담판

김정은 "좋은 결과 직감으로 예감"
북미 정상 오늘 하노이 선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특별취재팀(하노이)=백종민 선임기자] 한민족의 미래를 담보로 한 북ㆍ미 간 '핵 담판'의 막이 올랐다. 28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1시)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메트로폴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본게임'이 시작됐다.

전날 단독회담과 친교만찬을 통해 어색한 분위기를 깬 두 정상은 이날 만남에서는 더욱 밝은 모습이었다. 전날 친교만찬에 이어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보다 먼저 회담장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나 "저는 여러차례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며 "미사일, 핵실험이 없는데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나의 직감으로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본다"면서 "회의적으로 보던 사람들도 환상영화 한장면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약 다섯 시간에 걸쳐 단독회담, 확대회담, 업무오찬, 하노이선언 서명 등으로 진행된다. 양 정상의 만남은 세 차례 이뤄진다. 양 정상은 오후 2시5분 회담 결과를 담은 합의문에 서명하는 것으로 1박2일간의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깜짝 이벤트로 기대됐던 공동 기자회견은 성사되지 않았다. 합의문 서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하고 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대부분 1차 북ㆍ미 회담과 같은 형식이다. 두 정상은 오찬 이후에는 회담장 인근을 산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담의 핵심은 '하노이선언'이다. 하노이선언에 담긴 내용의 수준에 따라 비핵화의 속도에 탄력이 붙고 화해ㆍ평화의 분위기가 뿌리내릴지, 아니면 또다시 지루한 교착상태가 이어질지가 결정된다. 북한이 원하는 경제개발 역시 지연될 것인지,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가 오늘 회담에 달렸다.

두 정상은 이번 하노이선언에서 지난해 6월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ㆍ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이행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북ㆍ미는 모든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제재완화 등 미국이 이행할 상응 조치를 놓고 논의를 거듭했다. 하지만 친교만찬 직전까지도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전날 만찬에 앞서 김 위원장은 "불신과 오해의 적대적인 낡은 관행이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고 했지만 우린 그것들을 다 깨버리고 극복하고 다시 마주 걸어서 260일 만에 하노이까지 걸어왔다"는 소회도 밝혔다. 이어 "생각해보면 어느 때보다도 많은 고민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했던 기간이었다"며 "모든 사람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며 핵 담판에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ㆍ미 회담이 끝난 뒤 오후 6시쯤 베트남을 떠난다.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 일정이 남은 김 위원장은 3월2일까지 머물며 양자 방문 일정을 소화한 뒤 귀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ㆍ미 협상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방문 등도 연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