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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33> 알콜의 일생과 알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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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오늘날에도 술사랑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술을 좋아한 나머지 적당한 수준에서 자제하지 못하여 건강을 해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술은 무슨 좋은 물질이 들어 있길래 이처럼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까?


술의 주성분은 에탄올이라고 부르는 알콜인데, 이스트를 이용하여 곡식이나 과일, 채소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만든다. 술의 원료나 종류와 관계없이 알콜은 모두 동일하며, 함량은 대체로 5~50% 범위 안에서 다양하다. 술에는 알콜 이외에 다양한 보조 성분들이 들어 있는데, 이러한 알콜 도우미들이 술의 맛과 향을 좌우한다.

술을 마실 때 알콜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들은 다른 음식과 같은 방법으로 소화된다. 흔히 설탕이나 지방, 알콜만 주로 들어있고, 비타민이나 미네랄, 단백질, 식이섬유, 필수지방산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식음료를 ‘빈 칼로리’(empty calories; 필자는 ‘깡통 칼로리’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라 부르는데, 술은 중요한 영양소가 거의 없는 대표적인 ‘깡통 칼로리’ 식품이다.


미국과 유럽의 식사 가이드라인은 깡통 칼로리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라고 오랫동안 권고하여 왔다. 이런 식품들을 과잉 섭취하면 그 자체도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는 다른 영양소의 섭취를 줄이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알콜이 몸에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분자구조가 복잡한 탄수화물이나 단백질, 지방은 포도당이나 아미노산, 지방산과 같은 간단한 물질로 분해되어야 흡수할 수 있는데, 분자구조가 간단한 알콜은 위와 작은창자에서 각각 20%와 80%가 혈관으로 바로 흡수된다. 혈중 알콜 농도가 술을 마신 뒤 40~45분 사이에 최고로 올라갈 만큼 알콜은 빨리 흡수된다.

흡수된 알콜은 혈관을 따라 이동하는데, 세포막을 쉽게 통과하기 때문에 여러 장기와 조직, 특히 뇌세포에 많은 영향을 준다. 뇌의 소통경로를 방해하고 기능에 영향을 주어 분위기와 행동을 변화시키고, 명확하게 생각하거나 조정하는 능력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고, 근심걱정을 줄여주며, 사회성을 높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혈관을 팽창시키기도 한다.


알콜이 온 몸을 휘젓고 다닐 때 우리 몸이 준비해둔 대응은 무엇일까? 알콜을 침입자로 인식하고, 오줌이나 땀, 호흡으로 배출되는 10%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알콜의 신속한 분해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 시간에 혈중 알콜농도를 0.016%씩 낮추는 속도로 알콜이 없어질 때까지 모두 분해하며, 다른 용도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알콜 1g이 분해되면 7kcal의 에너지가 생산된다.


알콜 대사는 주로 간에서, 일부는 뇌와 췌장, 위에서 3단계로 이루어진다. 혈액속의 알콜은 1단계로 알콜 탈수소효소가 알콜에서 두 개의 수소원자를 분리하여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하는데, 이 아세트알데히드는 짧은 시간 존재하는 발암물질로 간은 물론, 췌장과 뇌를 포함한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킨다.


2단계로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아세트알데히드에서 수소원자를 분리하여 독성이 약한 아세트산으로 분해하며, 마지막으로 아세트산은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알콜의 일생이 끝난다.


알콜의 일생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영양소 측면에서는 주로 에너지만 들어있는 전형적인 깡통 칼로리다. 알콜이 분해되는 과정에서는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짧은 시간이지만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킨다. 알콜이 분해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혈관 팽창과 뇌세포에 주는 여러 효과 때문에 사람들은 술을 사랑하는 셈인데, 그 가치를 잘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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