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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시장 뒷골목의 화려한 변신 '망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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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시장 뒷골목의 화려한 변신 '망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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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은 최근 '망리단길'이라는 새로운 별칭을 얻었습니다. 낡은 주택가 골목에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유명세를 탄 이태원 경리단길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특히 서울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망원시장과 인근에 한강공원까지 있어 이곳을 찾는 이유도 다양하다고 합니다. 때문에 2030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골목입니다.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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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시장에서 망리단길로…

지금의 망리단길인 망원동 포은로길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주택가였습니다. 오히려 망원시장, 망원동월드컵시장 등 재래시장이 망원동의 핵심 상권이었고, 포은로길은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망리단길 소개에 망원시장이 빠질 수는 없겠지요.

망리단길을 가기 위해 서울 지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 내리면 포은로길까지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는 길이 심심하지만은 않습니다. 망리단길을 가는 골목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길거리 음식부터 저렴한 가격에 과일과 채소를 파는 청과물 가게들이 방문객들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특히 망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망원시장은 망리단길만큼 볼거리가 많습니다. 1970년대 초 노점상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망원시장은 지난 2008년 시장현대화사업이 진행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는데요. 과거에는 동네 재래시장 정도로만 여겨지다가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가수 육중완 씨가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육중완이 먹은 OO', '나혼자 산다에 방영된 집'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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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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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을 방문해봤는데요. 재래시장이라 그런지 망원시장 맛집들의 공통점은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2000원짜리 돈가스집이나, 500원 안팎의 고로케집 등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10대들이나 자취생들도 부담 없이 지갑을 열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임에도 학교 끝나고 온 초등학생들이나 교복을 입은 10대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띕니다.


인근에 자취 중이라는 20대 여성 A씨는 "우연히 망원시장에 한 번 들른 이후로는 이곳에서만 장을 본다"며 "대형마트라면 비싸서 못살 과일들을 싸게 살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은데, 오늘도 바나나 두 송이에 고작 3000원에 구매했다"며 웃음 지었습니다.

망원시장의 흥행은 망리단길로 이어졌습니다. 때마침 인근의 서울 최대 번화가 홍대나 합정 상권이 확장되면서 아티스트들과 젊은 셰프들, 바리스타들이 밀려들어왔습니다. 젊은 청년들이 망원동에 터를 잡았고, 이들은 망원동에 감각적인 식당과 카페를 열면서 망원동에 새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망리단길에 들어서면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골목이 나옵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으로 먼저 접해서일까요. 사진 속에서는 화려함이 느껴졌지만, 실제로 망리단길은 차분함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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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의 주택들 사이로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상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만난 방문객들은 사진 찍기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SNS에서 망리단길 필수코스로 자리 잡은 카페 '자판기' 앞에는 줄을 설 정도로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름 그대로 자판기가 건물에 붙어있는데, 사실 이 자판기는 카페로 연결되는 통로입니다. 이처럼 골목 곳곳에는 유니크한 상점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지요.


방문객과 주민들의 불편한 동거

그런데 이처럼 각광을 받고 있는 망리단길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주민들이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에 방문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늦은 저녁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쓰레기 투기, 집 앞에 쌓여가는 담배꽁초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학원과 세탁소가 있던 자리에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섰지요. 이런 탓에 일부 주민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도에 공식 표기된 망리단길이라는 이름을 없애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골목길, 망리단길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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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만난 40대 주부 A씨는 "집 앞에서 담배를 피는 무리들을 쫓아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한 번은 9살 아들이 집 앞에 있는 형들이 무섭다며 집 밖에서 전화를 해 아이를 데리러 나온 적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계획은 이사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주차문제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주택가 특성상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데, 주말만 되면 몰려드는 차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집 대문 앞에 버젓이 세워놓은 차들도 많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망원동 주민 C씨는 "동네가 뜨는 게 반가우면서도 감수해야 할 불편한 점들이 너무 많다"며 "이곳이 주택가라는 점을 인식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습니다.


임대료 상승도 무시하지 못할 문제입니다. 망원동이 뜨는 동네로 급부상한 2016년에는 임대료가 전년 대비 21%나 상승했습니다. 합정동보다도 높은 상승률이지요. 이런 임대료 상승은 이곳을 뜨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인 젊은 상인들도 감당하기 버겁다고 귀띔합니다. 한 카페에서 만난 주인은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도 많아 지금 매출로는 앞으로 몇 달도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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