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권해영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배당 규모를 키우면서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갈 몫이 1조4000억원을 넘게 됐다. 외국인 지분율이 70%에 육박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거둔 이익이 해외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익에 대한 KB금융 의 배당총액은 7597억원, 신한지주 7530억원, 하나금융지주 4503억원(중간배당 1200억원) 등으로 모두 2조827억원 규모에 이른다. 2017년 이익에 대한 배당총액 1조9130억원에 비해 17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8.2%, 10%씩 늘어난 영향이 크다. 하나금융지주는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 비율)도 22.5%에서 25.5%로 크게 높였으며 신한지주는 23.6%에서 23.9%로 소폭 상향했다. KB금융의 경우 순이익이 7.3%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23.2%에서 24.8%로 오히려 높였다. 순이익 면에서 신한지주에 리딩뱅크 자리를 빼앗겼지만 배당 규모는 여전히 가장 많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68.61%, 신한지주 67.25%, 하나금융지주 69.75%다. 이를 감안하면 배당총액 중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몫은 각각 5212억원, 5064억원, 3978억원으로 추산된다. 모두 1조4254억원가량에 이른다.
각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년 전에 비해 외국인 지분율은 다소 낮아졌다. 특히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74.03%에서 69.75%로 4.28%포인트가량 크게 줄었다. 배당성향을 비교적 큰 폭으로 높인 배경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몇 해 전까지만해도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확대에 깐깐한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자본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라면 관여치 않는다는 방침으로 바뀌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배당 확대 요구에 제대로 대응치 못하면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으므로 배당성향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개 단기 차익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금융지주사들의 중장기적인 발전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3조1567억원을 달성해 KB금융(3조689억원)을 제치고 1년만에 리딩금융을 탈환했다.
두 금융지주 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한지주는 올해부터 오렌지라이프 실적을 반영하면 당장 2500억~3000억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을 순이익으로 넣게 된다. 오렌지라이프 순이익도 그룹 실적에 반영된다. 오렌지라이프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51억원 규모다.
KB금융도 지난해 4분기에 판관비 등 일회성 비용을 일찌감치 털어내는 등 올해 다시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전날에는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나타냈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M&A가 '한방'이 될 수 있어 올해도 어느 한 곳의 우위를 점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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