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해를 넘기지 않고 특별 사면을 단행한 명분은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사면을 발표하면서 “이번 특별사면을 통해 다가오는 한해에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위한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논란이 되는 사람들까지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국민 통합을 꾀했다면 이번에는 사면 대상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국민 통합을 도모했다.


보수, 진보 진영에 따라 찬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사면을 제한했다. 사면권을 제한함으로써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차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권과 시민단체에서 사면을 요구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 등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여야 대표 간담회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눈에 밟힌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사면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 한상균 전 위원장과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 거부감이 컸다.


보수 정부 시절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용산 철거현장 사건으로 처벌된 철거민 26명 중 현재 같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1명을 제외한 25명이 이번에 특별사면 및 복권됐다.


일반 형사범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사면 대상을 선정했다.


형사범 6396명을 특별사면하면서 살인ㆍ강도ㆍ조직폭력ㆍ성폭력범죄ㆍ뇌물수수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형사범만 포함시켰다.


정봉주 전 의원을 제외하면 정치인과 경제인도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면을 '장발장 사면'이라고 표현했다.


사회적 약자가 사면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는 뜻이다.


사면 작업에 참여한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부터 서민생계형 사면을 컨셉트로 잡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사면에 관대한 입장이지만 재벌과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5년 8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서는 “재벌 대기업 총수의 특혜사면을 자제하고 약자를 위한 국민 사면이 돼야 한다”면서 “강정 해군기지, 용산 참사 등 사건에 대해 화합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사면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을 ‘5대 중대 부패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도록 사면법을 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면 실시 여부를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사면 작업의 주무 부서인 민정수석실에서는 “사면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 대통령 소신을 이유로 반대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여야 정치권 의견을 전달해야 하는 정무수석실에서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따라 사면을 실시할 때가 됐다”며 사면을 적극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사면에 대한 소신을 지키면서 여권과 시민단체의 요구도 수용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첫 사면이 늦어진 것도 소신과 지지 세력의 요구 사이에서 장고를 거듭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정권에서는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취임 직후나 첫해 광복절에 통상적으로 사면을 실시해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65일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0일 만에 각각 특별사면을 실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7개월이 지나서 첫 사면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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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통합 차원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당시 청와대는 ‘대상자를 분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면을 보류했다.


당시 청와대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나 이석기 통합진보당 전 의원처럼 여론의 지지를 받기 힘든 대상자들에 대한 진보 단체의 사면 요구를 수용하기 힘든 만큼 아예 8·15 사면을 건너뛰기로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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