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마케팅의 이면]①닌텐도의 '거품경제기 추억팔이', 이번에도 성공할까?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차량용 네비게이션을 닮은 투박한 외형에 좌우로 조이스틱이 달린, 몇몇 새로운 기능을 제외하곤 1990년대 콘솔게임과 다를게 하나도 없는 게임기가 전 세계적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타임머신을 거꾸로 돌린듯한 이 게임기는 지난 1일 국내 출시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다. 이미 스마트폰 게임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린, 게임업계에서는 '고대유물' 정도로 취급받는 콘솔게임이 높은 가격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추억마케팅'이 확실한 소비층을 형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닌텐도 스위치의 열풍은 지난 3월, 이 제품이 일본에서 출시됐을 때부터 시작됐다. 일본 내에서 출시 3일만에 33만대가 팔렸고 출시 8개월정도 지난 현재는 전 세계 시장에서 763만대가 팔렸으며 게임 소프트웨어는 2748만개가 팔렸다. 이 스위치의 열풍 속에 비디오 게임시장 축소로 위기를 맞이한 닌텐도는 회생하기 시작했다.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4일, 9년만에 6조엔대를 회복했다.
이 제품의 특징은 '혁신'보다는 '회귀'에 있다. 터치스크린이 탑재된 네비게이션 모양의 본체 양 옆에 '조이콘(Joy-Con)'이라 불리는 2개의 콘트롤러가 포함됐다. 조작방식이나 생김새는 과거 닌텐도의 히트작이었던 '슈퍼패미콤' 조이스틱의 축소판이다. 조이콘 내부에 포함된 모션센서와 진동기능은 과거 닌텐도의 인기 게임기인 '위(Wii)'의 기능을 포함시켰다. 주요 게임 소프트웨어들도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소닉, 뿌요뿌요 등 과거 1980~1990년대 콘솔과 오락실게임으로 유명세를 탄 오래된 소프트웨어들의 리메이크판이다.
사실상 혁신적인 기술이나 소프트웨어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심지어 그래픽 성능은 스마트폰 게임은 물론 기존 나와있는 다른 콘솔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나 엑스박스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진다. 6.2인치 화면크기에 HD(1280x720) 해상도만 지원되면서 5인치 이상 스마트폰 해상도보다도 떨어진다. 배터리 시간도 최소 2시간30분에서 6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다.
그런데도 게임기의 가격은 36만원. 더구나 게임 소프트웨어 하나 가격만 5~6만원을 호가한다.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와 인기 소프트웨어인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패키지 상품을 주문해서 할인을 받아도 40만원대에나 구매가 가능하다. 골동품이 돼버린 게임기를 리메이크한 제품이 엄청난 가격에 팔리고 있는 셈이지만, 유년시절 콘솔게임을 주로 가지고 놀며 자라난 3040세대를 타겟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성능을 사는게 아니라 '추억'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상장 첫날 70% 폭등 "엔비디아 독주 끝나나"…AI ...
1970~80년대 생들에게 콘솔게임의 추억은 매우 강렬한 편이다. 1983년 일본에서 처음 발매됐던 콘솔게임기들은 일명 패미콤, 즉 '패밀리 컴퓨터(Family Computer)'라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숫자가 팔렸다. 일본에서 1900만대 이상, 미주 지역에 3400만대, 기타 지역도 약 900만대 정도가 팔려 6000만대 이상이 전 세계로 팔렸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적인 경제호황과 가전용 컬러TV의 보급 확대와 맞물린 콘솔게임의 인기는 3040세대들에게 유년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 세계적 불황과 고용 축소로 인한 불안감을 잠시 잊게 해주는 추억의 제품으로 오늘날에는 소비되고 있다.
닌텐도가 이런 과거 행복했던 '추억팔이'에 나선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아예 패미콤 시리즈의 미니어쳐 복각판을 출시해 판매하기도 했으며 1983년에 나왔던 클래식 패미콤을 축소해 만든 '닌텐도 클래식 미니 패미콤'을 출시해 올해 9월까지 판매하기도 했다. 크기만 축소시킨 이 패미콤 제품들은 과거 제품과 똑같은 하드웨어 사양, 똑같은 디자인을 표방했으며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미니 패미콤의 경우엔 출시 한달만에 200만대 이상 팔리기도 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