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포스트차이나]베트남 첫달 1000달러 충격…21년 뒤 "고급화장품 하면 LG생건"
인도네시아·베트남 파고든 한국유통 탐방기
⑩베트남 'LG생활건강'
1996년 잠재력 보고 국내 업계 첫 진출
모든 유통채널서 성공·실패 경험
현지인 원하는 기능성 미백제품 중심 프리미엄 전략 주효
어느새 유통사·고객 모두에 사랑받아
홍보&영업 2300여명 방문판매원도 한몫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띵동, 엘지 비나(LG VINA·LG생활건강의 베트남 법인명)입니다."
베트남에서 LG생활건강 방문판매원은 2300여명에 달한다. 물론 모두 베트남인이다. 이들은 지난 십수년 동안 최일선에서 고객들과 만나 LG생활건강 화장품을 알리고 판매했다. 그 사이 오프라인 매장도 21개로 늘어났다. 1996년 혈혈단신으로 호찌민에 들어온 LG생활건강이다. 현지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고 내달리다 보니 보니 어느새 베트남 고급 화장품 시장 1위가 돼 있었다.
지난 1일 찾은 롯데백화점 베트남 호찌민점 1층은 전 세계 화장품 브랜드의 각축장이었다.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 속 LG생활건강의 후, 오휘, 숨이 눈에 들어왔다. 대표 브랜드 후 모델은 베트남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배우 이영애다.
후는 '궁중 한방'이란 차별화된 콘셉트와 고급화 전략으로 베트남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5%나 뛰었다. 특히 비첩 자생 에센스는 밝고 생기 있는 피부를 선호하는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환유고 크림의 경우 현지 직장인 월급을 웃도는 고가임에도 꾸준히 팔린다.
오휘는 베트남 고객 니즈(needs)를 파고들었다.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소비자들 수요는 미백 기능성 화장품에 몰리고 있다. 피부에 화이트닝 효과를 주는 오휘 익스트림 화이트 세럼이 불티날 수밖에 없다. 고온다습한 날씨 속 간편하게, 또 자주 사용하기엔 오휘 씨씨(CC) 쿠션이 제격이다. 오래 지속되고 강력한 커버를 통해 한층 화사한 메이크업효과를 전달하는 것으로 입소문 났다. 롯데백화점 호찌민점 오휘 매장을 둘러보던 쩐 티 안(24·여)씨는 "한국 스타 이광수 팬이라 관련 TV프로그램 영상을 찾아보다가 여자 연예인들의 예쁜 얼굴에 반했다"며 "자연스레 한국식 메이크업, 한국 화장품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자연·발효' 콘셉트의 숨은 LG생활건강이 향후 가장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브랜드다. 오휘(2005년), 후(2006년)에 이어 지난해 8월 베트남 시장에 선보였다. 이인호 LG생활건강 베트남법인장은 "후가 LG생활건강 베트남 사업을 이끌어온 선두 주자라면 그 다음은 숨"이라고 강조했다. LG생활건강은 순하면서도 좋은 효능의 제품에 눈 뜨기 시작한 베트남 여성들에게 자신 있게 숨을 권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득 수준 향상 속 베트남 정부와 국민들은 안전·천연·유기농 등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는 추세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 사업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헤어 제품은 오가니스트 브랜드를 프리미엄 가격대로 출시해 시장에 안착시켰다. 온더바디, 페리오 펌핑치약, 죽염칫솔 등도 시장 인지도를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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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의 성공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포스트 차이나'란 말조차 없을 때 LG생활건강은 성장 잠재력 하나만 보고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렸다. 국내 화장품 기업 중 최초다. 처음엔 힘들었다. 본격적인 베트남 진출에 앞선 1996년 11월 사전 조사 기간 LG생활건강은 호찌민 지역 5개 슈퍼마켓과 손잡았다. "무조건 저렴하게"를 외치며 진열대에 상품을 올렸다. 결과는 실패였다. 당시 월매출은 1000달러 정도에 불과했다. 곧바로 문제 해결 작업에 착수했다. 실패 원인은 화장품 소비자 성향을 무시한 저가격 정책과 저급한 유통 채널로 추려졌다. LG생활건강은 고가 제품 위주 판매와 가격 정찰제로 전략을 수정했다. 시행착오는 양약이 됐다. 베트남 국영 보카리맥스사와 합작법인을 만든 LG생활건강은 1998년 3월부터 본영업에 들어갔다. 두 번 실패는 없었다. 바뀐 전략은 베트남 시장에 먹혀들었고 매출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이 법인장은 "LG생활건강은 20여년 간 베트남 내 거의 모든 유통채널에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이 자리까지 왔다"며 "한국 화장품의 좋은 평판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베트남에서 유통사·고객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됐다. 최근엔 유명 백화점들이 숨 매장 유치를 위해 앞다퉈 LG생활건강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숨은 롯데백화점 호찌민·하노이점 등 두 곳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숨은 당분간 매장을 늘리기보다 지금처럼 소수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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