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포비아]法 부실에 사고 반복…"제도정비·견주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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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유명 음식점 한일관 대표가 개에 정강이를 물린 뒤 엿새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반려견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견 인구 증가와 함께 반려견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지만 현행 맹견 관리 규정이나 동물보호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다치게 했을 경우 개 주인에게는 형법상 과실치상죄가 적용돼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번 한일관 대표의 사고처럼 사람이 사망할 때에는 과실치사로, 2년 이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다.


이는 외국과 비교하면 처별 규정이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의 경우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인명사고를 낸 개 주인에게 최고 징역 14년을 선고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 역시 반려견이 일으킬 수 있는 사고와 관리 규정을 구체화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곳이 많다.

국내의 경우 인명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뿐 아니라 목줄과 입마개 등 기본적인 '페티켓'과 관련된 법적 기반도 미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물보호법상 모든 반려견은 외출 시 의무적으로 목줄을 착용해야 하고 '맹견'으로 분류된 종은 입마개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동물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1차 적발 때 5만원, 2차 7만원, 3차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문제는 처벌 수위가 약할 뿐 아니라 실제 단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를 지키지 않는 견주가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안성시에 사는 50대 남성이 이웃집 맹견 로트와일러가 집으로 침입해 자신과 반려견을 위협하자 전기톱으로 로트와일러의 등 부분을 내리쳐 죽인 일이 있었다. 로트와일러는 대표적인 맹견으로 꼽히지만 당시 견주는 입마개는 물론 기본적인 복종 훈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소영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결국 개를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은 견주의 몫"이라며 "다른 사람을 물 수 있는 강아지라면 반드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맹견 주인의 관리 의무와 처벌 규정 등을 강화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수개월째 계류된 상태로 머무르고 있다. 지난 7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목줄 및 입마개 착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날 경우 견주를 강력히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 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견주가 교육 및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편 반려견으로 인한 인명사고 문제 외에도 유기, 학대, 식용 개고기 등 반려동물 문화 전반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마다 이 같은 반려견 문제는 반복돼 일어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 사이 갈등 탓에 근본적인 법 마련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버려지는 동물은 지난해에만 89만7000여 마리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은 보호소에 잠시 머무르다 주인을 찾지 못하면 대부분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정부는 2014년 유기동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동물등록제를 시행했지만 등록된 개는 전체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식용 칩이 내장돼 있어 견주의 연락처를 알 수 있다고 해도 주인에게 개를 찾아가라고 강제하기가 힘들 뿐 아니라 행정 당국에서 공문을 보내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단속 인원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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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복날이면 반복되는 '개고기' 논란도 동물보호단체들과 관련업 종사자 등의 충돌 속에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다. 개의 경우 식용 목적으로 길러지는 다른 가축들과 달리 축산물위생관리법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도살 등 위생 기준이 없어 사실상 '법 사각지대'에 놓여져있다.


조 활동가는 "(견주) 양심에 맡기는 것은 당연히 부족한 것 같고 견주들 스스로도 선진적인 반려견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제도적인 부분도 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며 "(법을 위반했을 경우) 과태료를 지금보다 상향하거나 단속을 할 수 있는 인력도 충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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