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통해 '반도체 착시' 경영진에 상기·'세대교체' 주문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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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변호인을 통해 "총수가 없다고 회사가 어려워져서는 안되고,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안된다"는 뜻을 주요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이 부회장은 또한 미래전략실 폐지로 인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전략 부재를 타개하는 방법으로 계열사별 '위원회 체제'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사장단협의회를 두고 그 아래 소위원회를 마련해 계열사간 업무를 조정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16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3주 전쯤 이재용 부회장이 (변호인 접견을 통해) 총수가 없다고 해서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을 경영진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일상적인 상황까지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지는 마라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사상 최대 실적과 관련해서도 "착시에 현혹돼선 안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이어갈 새 동력을 찾지 못한 현재가 진짜 위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것이다.


◆권오현 사퇴, 경각심 일깨우고 세대교체 선언= 이 부회장의 지적이 있은 지 3주 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권오현 부회장은 자진사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3분기 실적 발표일에 권 부회장의 사퇴는 현재 실적이 삼성에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웠다. 자신과 같은 세대의 경영진들에게 '회사를 혁신시킬 수 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자'는 의미도 담았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부사장급 이상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권 부회장처럼 자진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각 계열사로 복귀했던 고위 임원들과 50대 부사장,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글로벌 인재들의 본사 경영임원 전진배치가 점쳐진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며 각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신의 거취를 직접 결정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면서 "반도체 세계 1등의 실질적 공헌자인 권 부회장이 사퇴를 결정한 만큼 나머지 CEO들도 자신의 거취를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트롤타워 신설...계열별 '위원회 체제' 놓고 고민=미래전략실은 실체가 불분명한 '옥상옥' 구조라며 비난 받았지만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많았던 조직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전략팀이 담당했던 그룹 계열사 진단이다.


기존 미래전략실은 5년을 주기로 계열사 경영진단, 감사를 진행한 뒤 3년에 걸쳐 이행 상황을 점검해왔다. 각 계열사는 진단 이후 별도 부서를 만들어 미래전략실에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수정ㆍ보완하는 작업을 해왔다. 현재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이같은 시스템이 모두 멈춰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해체가 아닌 재벌가 문제 해결에 집중할 것"이라며 "유럽 기업처럼 삼성과 현대차도 기업 전반의 전략을 짜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는 이같은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계열사별 '위원회 체제'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사장단협의회를 두고 그 아래 소위원회를 통해 계열사간 업무를 조정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다. 다른 점은 계열사별 기획, 인사 등 위원회 구조를 세분화한다는 점이다.


다만 전자, 비전자, 금융 등 사업적 연관이 있는 조직끼리 위원회를 구성할지, 또는 그룹 계열사 전체를 통틀어 위원회를 만들지는 미정이다. 위원회에서 각종 사안을 결정한 뒤 각 계열사는 이사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이사회 위주의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그룹 콘트롤타워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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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과거 사장단협의회 시절 당시 소위원회는 비공식 조직이었지만 이번에는 공식적인 조직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 인사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당장은 위원회 형태로 삼성의 발전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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