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사퇴의 변'에 담긴 삼성의 미래
"오랜 시간 고민, IT 산업 소속 고려 후배 경영진 나서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3일 오전 자진사퇴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권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로 인해 삼성전자와 계열사는 물론 재계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번 사퇴 결정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닌 오랜시간 깊이 고민해 왔던 것이고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급변하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권 부회장의 이같은 메시지가 현재 삼성 전 계열사의 최고경영진(CEO)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시지로 풀이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이 해체 되며 삼성그룹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총수마저 부재중인 가운데 총수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권 부회장이 직접 '자진 사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며 솔선수범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가 자율경영 체제로 들어선 만큼 계열사 CEO들은 자신의 거취를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벌써 2년째 사장단 인사를 못한 배경이다.
권 부회장의 메시지는 완강하다. "내가 사퇴한 것처럼 급변하는 환경을 못 쫓아간다면 스스로 물러나야 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현재 좋은 실적을 내고 있더라도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권 부회장의 메시지는 지금의 경영진들이 삼성을 잘 이끌어 왔지만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서 우리 세대들은 이제 물러나 줘야 할때라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장단 인사는 계열사별로 직접 해야 하는 상황이 된 만큼 전 계열사에 걸쳐 CEO들이 스스로 현 경영환경에 적합한 인물인지 반추해 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에 입사했던 1985년은 우리 반도체가 사업의 초석을 다지던 때로 이후 32년 세계 반도체 역사의 주역으로 우뚝 섰다"면서 "경영 일선에서 우리 반도체가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에 참여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삼성전자가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 위해선 자신과 같은 세대의 CEO들이 이제 그만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신의 32년 삼성전자 근무 시절을 반도체 초석을 다지던 시절부터 세계 일등으로 성장해 온 과정이라고 평가한 부분에선 이미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반도체 세계 1등 이후의 새 그림은 후배 경영진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대로 가야만 한다는 현재의 삼성을 만든 경영 원로들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 권 부회장이 자진사퇴를 결정한 만큼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 걸쳐 '세대 교체'에 가까운 대규모 인사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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