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과 성적"…LG서 시작된 '삼성맨'의 도전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안녕하십니까. LG 가족이 된 류중일입니다."
프로야구 LG의 새 사령탑이 된 류중일 감독(54). 표정은 상기되고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류 신임 감독은 13일 LG의 안방인 잠실구장에서 취임식을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 3일 LG의 제 12대 사령탑에 올랐다. 계약기간은 3년. 몸값은 총액 21억원(계약금 6억원·연봉 5억원)으로 국내 감독 중 최고 대우다.
신문범 LG스포츠 대표이사(63)로부터 등번호 75번이 적힌 유니폼과 모자를 받은 류 감독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감독으로서 자신 있는 모습으로 첫 인사를 하고 싶었다. 팬들이 가장 많은 LG의 감독을 맡아 자부심을 느낀다. 고민이 많았지만 이 기회가 아니라면 명문구단의 유니폼을 입지 못할 것 같았다. 가장 설레고 가슴 뛰는 도전을 시작한다. 신바람 나는 야구로 무적 LG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LG 관계자는 "류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여러 번 정상에 오르는 등 선수단을 통솔해 성과를 낸 지도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에서 사령탑에 올라 2014년까지 4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1위를 했다. 삼성이 지난해 9위로 밀린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내려놓았으나 재임기간 성적으로 남긴 업적이 뚜렷했다.
다만 삼성과 재계 라이벌로 꼽히는 LG가 류 감독을 선임하고, 류 감독이 이를 수락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류 감독은 1987년 삼성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뒤 코치와 감독을 모두 삼성에서 지낸 '원클럽맨'.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41)은 "그야말로 파격"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큰돈을 받고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는 일은 비교적 자연스러우나 사령탑이 옮기는 문제는 전혀 다르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이나 가치관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구단 출신 선수를 지도자로 키우려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지금은 철저하게 역량이나 성과, 비전에 초점을 맞춘다. 류 감독의 LG행은 이런 분위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결과"라고 평가했다.
LG 관계자는 "올해 차우찬(30)을 삼성에서 FA로 영입하는 등 꼭 필요하다면 재계 라이벌이라는 구도에 얽매이지 않고 전력을 구성했다. 류 감독을 선임하면서도 삼성 출신이라는 점은 큰 걸림돌이 아니었다"고 했다. LG는 전임 양상문 감독(56) 시절 추진했던 선수단 세대교체를 계속 추진하면서 성적을 내는데도 집중할 방침이다. 양 전 감독이 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한다. 류 감독은 "프로는 1등을 추구한다. LG가 추진하는 리빌딩을 이어가고 성적도 놓치지 않도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목표"라고 했다.
조성환 위원은 "류 감독이 삼성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탄탄한 투수력을 기반으로 실력 있는 야수진을 구축해 성과를 냈다. 지금 LG도 투수진에 비해 야수가 약하다는 점에서 출발이 비슷하다. 류 감독이 삼성에서의 경험을 살리고 자신의 장점을 이식한다면 LG가 보다 짜임새 있는 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LG는 올해 정규시즌 팀 평균자책점(4.30)이 열 개 구단 중 1위였으나 팀 홈런(110개)과 장타율(0.400)이 최하위에 그쳤다. 팀 타율은 7위(0.281), 안타도 8위(1390개)로 저조했다. 류 감독은 "통계상 투수력에 비해 뛰는 야구와 수비력이 다소 부족했다.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강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위원은 "구단 사정을 잘 아는 전임 감독이 단장으로 간 점도 외형적으로는 (류 감독에게)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며 "(단장과 감독이)팀의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친다면 새로운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 감독도 "(양 단장과)감독으로 같은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서로 마음을 잘 이해한다. 코칭스태프 인선이나 리빌딩,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 현안들을 잘 의논해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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