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네 이름이 뭐니]①'노루'가 달려온다…귀여운 놈이 무섭다는데
2000년 태풍위원회 총회서 결정된 140개 명칭…부드럽게 지나가기 바라면서 '착한 이름" 쓰지만
제5호 태풍 '노루'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태풍의 이동 경로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말 '노루'가 태풍의 이름이 된 이유와 더불어 태풍 작명 방법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노루는 이날 오전 9시 중심기압 940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47m 강풍을 동반한 채 일본 도쿄 남쪽 약 1340㎞ 부근 해상에서 서북서진하고 있다. 현재 예상경로로 움직이면 4~5일 후인 이번 주말에는 제주도가 영향권에 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4~5일 후 태풍 위치가 유동적일 수 있으니 이후 발표되는 기상정보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태풍의 이름 '노루'(NORU)는 한국에서 제출한 것이다. 사슴과에 속하는 동물인 그 노루다. 이는 2000년 제32차 태풍위원회 총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태풍의 영향을 받는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등 14개국에서 10개씩 태풍 이름을 제출했다. 이 140개 이름을 28개씩 5개조로 나눠 국가명 영문 알파벳 순서에 따라 그해부터 발생하는 태풍에 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 처음 발생한 태풍 이름은 1조 첫 번째인 캄보디아의 '돔레이'(Damrey)였다. 이는 코끼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이름 '노루'는 5조에 속해있다. 필리핀의 '탈라스', 중국의 '하이탕', 미크로네시아의 '난마돌' 등 최근 태풍 관련 뉴스에 등장한 이름들도 모두 5조에 속해 있다. 5조의 28개 이름을 다 쓰면 다시 1조부터 시작한다. 한해 30여 개씩의 태풍이 발생하므로 4~5년 정도 후엔 같은 이름의 태풍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태풍위원회에 처음 제출한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였다. 북한에서는 기러기, 도라지, 갈매기, 매미, 메아리, 버들, 민들레, 소나무, 봉선화, 날개를 제출했다. 이때부터 태풍이 순우리말로 된 이름으로도 불리게 됐다. 그전에는 괌에 있는 미국의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붙인 영문 이름만을 썼었다.
14개 나라에서 제출했기 때문에 10개의 이름들엔 각 나라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 우리나라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동식물 명칭을 많이 썼는데 태풍의 피해가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동물 이름이 많다. '야기'(염소), '우사기'(토끼), '가지키'(청새치), '구지라'(고래), '도카게'(도마뱀), 등이다. 반면 중국은 '우쿵'(원숭이의 왕 손오공), '펑선'(바람의 신), '하이선'(바다의 신), '뎬무'(천둥과 번개의 신) 등 신의 이름을 중심으로 태풍 이름을 지었다.
말레이시아는 태풍 이름으로 식물을 선호하는 게 특징이다. '룸비아'(야자수), '낭카'(과일), '므란티'(나무), '마와르'(장미) 등을 제출해 사용 중이다. 캄보디아 역시 절반을 꽃과 나무 이름으로 채웠다고 한다.
미국은 사람 이름이 4개인데 여자 이름으로는 '마리아'가 있고 '프란시스코', '로키', '비센티' 등 3개는 남자 이름이다. 과거 미군 예보관들은 자신의 아내나 애인 이름을 태풍에 붙였고 이후 태풍은 주로 여자 이름으로 불렸는데 여성단체의 반발로 1979년부터는 남자 이름이 번갈아 사용했다고 한다. 홍콩에서 붙인 '산산', '링링', '팅팅' 등은 주로 여자를 부를 때 쓰는 애칭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