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vs 재계, 오해와 사실]함께 아닌 따라오라…'J노믹스 이분법'에 갇힌 재계(종합)
[아시아경제 이경호·노태영·기하영 기자]재계가 'J노믹스'의 이분법에 갇혔다. 문재인 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재벌과 서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이분법적 접근을 통해 재계를 압박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시각은 지금의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대한 대기업 책임론으로 이어지면서 반(反)기업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분위기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낳으면서 근본적이고 정밀한 현실 인식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기업 정책도 왜곡될 수 있다. 재계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한 축인 대기업이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기업에 대한 과도한 억측과 거친 표현은 불신의 골만 깊어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논란이 된 일부 발언들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일부 진실도 포함돼 있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총수들이 골목상권 침범만 했나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젊은 대기업 총수들이 한 일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데 굳이 떠올리자면 골목상권 침범이 떠오른다"면서 "좀 더 넓은 글로벌 세상에 가서 경쟁하시고, 너무 골목으로 들어와서 경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특정 기업의 총수를 지칭하진 않았지만 유통과 식음료, 프랜차이즈 등 대기업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일부에서 대기업 계열의 지방 진출을 놓고 소상공인들의 반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2011년 이후 마트 영업시간 규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의 여러 제재를 받았는데도 소상공인,자영업의 어려움을 대기업 탓으로 돌린다"고 억울해했다.
유통 대기업의 경우 젊은 총수들이 주축이 돼 그동안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여성 고용 확대, 골목상권 보호 등을 추진해왔다. 또한 젊은 총수들이 주도한 글로벌 사업의 성과도 크다. 삼성전자의 자동차전장기업 하만 인수,현대기아차의 멕시코와 중국 공장 건립과 대규모 미국 투자, SK의 17조원 투자와 8000여명 고용, 도시바 인수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이 양극화의 책임…강성노조 책임은 없나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정책이 실현되려면 노사정이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기업들은 "노동계는 빠진 채 기업에만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문 대통령이 "경총이 비정규직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경총은 과거 회원사의 이익만 대변해왔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임금 격차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회원사들에 임금동결을 권고하고 4000만원 이상의 대졸 초임을 낮춰 남은 재원으로 신규채용 확대에 쓰자고 독려하고 있다. 초과근로를 축소하고 줄어든 근로시간은 일자리 나누기 등을 통해 고용 확대로 이어지도록 하자고도 했다. 기업들은 정부가 정규직 과보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일부 강성노조의 정치파업, 불법파업에 단호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기업 노무 담당자는 "취업자 중심의 노동시장이 정규직을 과도하게 보호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사정위원회를 하루 빨리 복원시켜 일자리정책과 관련한 대타협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자의 나라?'…자수성가 부자도 많고 제도적 문제도 있어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6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에 앞서 언급한 '상속자의 나라' 발언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다. 2014년 기준 억만장자 가운데 한국의 상속자 비율은 74%로 나타났는데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특별히 높다고 할 수 없다. 투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핀란드는 100%를 기록했으며, 덴마크(83.3%), 스위스(72.7%), 독일(64.7%)도 비율이 높았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상속부자가 대부분이고 창업 부자가 적은 것은 과거 산업화 시절 정부가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자본시장이 성숙하지 않아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박을 일굴 기회가 적은 점,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기업가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이 많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상속자의 나라가 된 데는 경제정책의 후진성이 작용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해야 하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은 상속세와 증여세 등 세금부담 때문에 가업을 승계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내놓은 '2016 중견기업 실태조사'를 보면 78.2%는 가업승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상속ㆍ증여세 조세부담(72.2%), 복잡한 지분구조(8.8%) 등이 가업승계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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