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빠지는 '공시 구멍', 투자자에겐 개미지옥
공시 통해 뒤늦게 정보 확인하면 '뒷북' … 개인 투자자만 피해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3자배정 유상증자 공시로 주가를 띄운 다음, 납입일이 다가오면 2~3개월 정도 연장을 하고, 다시 기대감을 부추겼다가 납입일이 되면 재연장을 하고…중간에 한번 쯤 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가 변경됐다는 기재정정 공시를 내보내고…."
한 코스닥 상장사 공시 담당자였던 A씨는 거래소의 '공시 구멍'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대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은 회사가 밀고 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자금줄 확보 차원에서 호재로 여겨지기 때문에 주가 급등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중간에 여러번 번복하고 연기해도 공시만 했다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기업이 이러한 '공시 구멍'을 이용한 작업을 하더라도 정작 피해를 보는 건 뒤늦게 정보를 접한 개인 투자자들이다. 정보에 어두운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유상증자를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했다가 납입일에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 건은 불발인가보다" 라고 뒤늦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호재성 공시가 나왔지만 공시 직후 주가가 급락하는 것도 공시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이런 사례는 기업의 인수ㆍ합병(M&A),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거나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제품의 특허 등록 공시를 내보낼 때 종종 볼 수 있다.
화장품 신사업을 하는 B사는 주가가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해 10월까지 19거래일 동안 하루도 주가가 하락하는 날 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갔는데, 주가가 '꼭지'를 찍고 나서야 공시를 통해 또 다른 화장품업체 지분 절반을 인수해 신사업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호재성 공시가 나온 날부터 B사 주가는 미끄럼틀을 탔다. 공시에 나온 정보만 믿고 투자했다간 자칫 '뒷북' 투자가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호재성 공시 전에 주가가 급등하다가 정작 공시 후에 급락하는 경우 기업 경영과 관련된 중요 사항들이 내부자를 통해 특정인에게 유출되거나 증권가 등을 통해 미리 샜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불법 정보 유출 행태가 불법이지만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상장기업들의 주요 정보가 공시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줄줄 새는 일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 게 됐다.
기업의 현저한 주가 급등락이 나타날 경우 거래소가 그 배경을 묻는 조회공시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대부분의 반응은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결정된 것은 없다"식의 알쏭달쏭한 대답뿐이다. 한 상장사 공시 담당자는 "회사가 뭔가를 진행하고는 있고 이러한 내용이 외부로 유출돼 주가가 급등할 경우 조회공시 요구가 들어오면 회사 입장에서는 결정된 게 없다는 답 밖에 할 말이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내용의 뻔한 공시지만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주가 급변동을 야기할 수 있는 기업의 중요 정보 공시 전에 미리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보 비대칭에서 오는 부작용을 방지하려는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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