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정식 취임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과 걸림돌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만약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더라면 더 많은 미국인들을 유세에 이끌어내며 트럼프 당선인을 누르고 승리했을 것이라고 밝혔고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절대 아닐 것" "오바마 대통령이 승부처인 경합주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지만 패배했다"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불똥은 때마침 불거진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표결 문제로도 확산됐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이 (유엔 안보리 표결로) 완전히 무시되고 무례하게 다뤄지도록 가만히 두고만 있어선 안 된다"면서 "이스라엘, 강해야 한다. 1월 20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취임하면 현 정부의 주요 결정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은 트럼프 지원사격에 나섰다. 공화당 지도부는 최근 오바마 정부의 '대못 박기' 규제를 백지화할 수 있는 일명 '미드나잇 규칙법안'(Midnight Rules Act)을 신속히 처리,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이에 서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바마와 트럼프는 정면충돌은 일단 피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자신이 연말 휴가를 보내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리조트 밖으로 잠시 나와 기자들에게 "(정권이양 절차가) 순조롭게 잘 되고 있다"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얼마 전)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히는 등 화해 무드로 급선회했다.
앞서 하와이에 휴가차 머물고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의 '걸림돌' 발언이 나오자 직접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현 상황에서 확전과 전면전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 봉합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도 이후 "(두사람의 통화가) 긍정적이었다"면서 "양측이 내달 취임일까지 계속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양측의 갈등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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