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 elpizo tipota, Den forumai tipota, Eimai eleftheros.'
소설에는 '가능성과 혼돈에 가득 찬 혁명 직후의 러시아'에 모인 일곱 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작가의 내면 의식을 여러 단면으로 상징하며, 각각의 관점으로 러시아를 바라본다. 카잔차키스를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 게라노스다. 게라노스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에 이렇게 쓴다.
"배를 타고 가던 한 힌두교도가 큰 폭포 쪽으로 그 배를 밀어내는 물살을 거스르기 위해 오랜 시간 싸웠다. 그 위대한 투사는 모든 노력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자, 노를 걸쳐 놓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 내 인생이 이 노래처럼 되게 하자.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주목할 곳은 출전이 아니다. 저 힌두교도의 '내려놓음'을 보라. 식빵처럼 부풀어오른 그의 어깨, 그 터질 듯한 근육이 비로소 안식을 얻어 차분히 가라앉는다. 인생과 운명은 가끔 우리에게 선택할 기회를 준다. 그러나 결코 제 갈 길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깨 힘을 빼라'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장타를 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비'를 내지 않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우리에게도 최후의 시간은 예비되어 있다. 종말은 필연이다. 그 날에 이르러 카잔차키스처럼 목 놓아 외치지 않아도 우리는 어차피 자유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자유가 진리인 이유는 선택의 기준점 위에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유는 신이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라면 섭리가) 인간에게 부여한 사명이다. 우리는 자유를 거부할 수 없다. 에덴의 사과는 저 힌두교도가 붙들고 휘저어대던 황망한 나무토막, 일상의 나날들일지 모른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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