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아테네 학당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원본보기 아이콘
로마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1481년에 완공되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다. 가톨릭 신자라면 이곳에서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들의 비밀회의(콘클라베)가 열린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흰 연기와 검은 연기에 대해서도. 그러나 그들도 시스티나 성당에 가면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가 그린 벽화 '최후의 심판'과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지 않고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1512년에 완성했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릴 때, 바티칸 사도 궁전의 다른 방에서 젊은 천재 한 사람이 역사에 남을 대작에 혼을 쏟고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라파엘로 산치오 다 우르비노(Raffaello Sanzio da Urbino),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나이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온화한 성격에 의지는 굳고 눈빛은 꿈을 꾸는 듯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아테네 학당'이다.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주문을 받아 교황의 개인 서재인 '서명의 방'에 이 그림을 그렸다. 서명의 방은 네 벽면을 각각 철학, 신학, 법, 예술을 주제로 한 벽화로 장식했다. 아테네 학당은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라파엘로는 철학자 쉰네 명을 그려 넣었다. 고대 철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산물이다.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그림 속에 함께 있다.

대학자들 가운데 중심인물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림 한복판에 있다. 플라톤은 왼쪽 옆구리에 '티마이오스(우주에 대한 그의 대화편)'를 끼고 오른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 윤리학'이란 책을 들고 오른손바닥을 땅으로 향했다. 플라톤은 이상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라파엘로는 플라톤을 레오나드로 다 빈치의 모습으로, 아리스토텔레스를 미켈란젤로의 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쉰네 명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현재로 날아오는 타임머신에 태운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나라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유일한 여성, 히파티아를 선택하겠다. 뛰어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4세기 알렉산드리아의 수전 손택. 그러나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플라톤의 이름을 적지 않을까. 그의 철학은 현대에 이르러도 낡지 않으며, 외계인을 상대로 토론을 해도 새로울 것이다.
우민(愚民) 정치를 경계하고 철인(哲人) 정치를 권한 플라톤은 광장에서 촛불이 일렁거리는 2016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바라보며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릴까. "저 개와 돼지들에게 당장 물대포를 직사하라"고 일갈할까. 내기를 해도 좋다. 플라톤의 정신이 맑다면, 그러니까 양주를 과음하거나 향정신성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절대 그럴 리 없다. 저 촛불의 이성과 용기를 발견할 테니. 어쩌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뛰어들지 모른다.

플라톤. 철학자 중의 철학자. 2400년 전 아테네에서 우주를 내다본 그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다. 플라톤은 소시적에 레슬링을 했는데 어찌나 어깨가 넓었는지 그를 가르친 코치가 '어깨가 넓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플라톤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국내이슈

  • "돼지 키우며 한달 114만원 벌지만 행복해요"…중국 26살 대졸여성 화제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해외이슈

  •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 용어]정부가 빌려쓰는 마통 ‘대정부 일시대출금’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