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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워치]비백인의 트럼프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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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뉴욕 특파원

황준호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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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슬람, 라티노, 이민자 친구들이여. 나는 110% 당신의 추방을 막는 백인 친구(white dude)가 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고 비(非) 백인 친구들이 눈물을 흘리자 한 백인은 이들을 감싸 안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대선이 결과가 발표된 지난 8일 뉴욕 맨해튼 자비츠 센터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해질녘부터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 수만 명의 군중들은 눈물로 클린턴의 낙선을 지켜봤다. 비백인의 눈물에는 '미국에서 살 수 없다'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특히 트럼프가 본이이나 가족들을 미국에서 쫓아낼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트럼프는 한 술 더 떠서 14일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이민자 200만~300만 명을 미국에서 내쫓거나 감옥에 보내겠다”면서 “장벽 건설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분열된 사회를 지적하며 자기를 '법과 질서(law & order)의 후보'라고 강조했다. '법과 질서'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분열된 미국 사회를 통합할 강력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내건 대선 슬로건이다.
닉슨의 재임기간 전인 1970년 미국 내 수감자수는 35만여명이었으나 10년 뒤에는 57만여명으로 급증했으며 이중 대다수는 흑인들이었다. 비백인들이 추방 외에도 미국에서 살아남는 것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뉴욕 증시는 트럼프의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애플, 구글 등이 포함된 나스닥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에너지, 금융 등이 포함된 다우존스가 신(新)고가를 경신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술기업들의 직원 중에는 이민자 비율이 높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이민정책으로 인해 인력 수급과 기존 인력의 이탈을 염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중요 인사들도 트럼프의 비백인 배척에 깊은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가 단합해서 국가를 잘 이끌기를 성원한다.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통합, 포용, 우리의 제도와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다양성을 통합하는 게 미국의 최대 강점이며, 미국인들이 이 정신을 진정으로 유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멜팅 팟(melting-pot.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동화되는 현상)으로 축약되는 미국의 정신을 흔들지 말라는 얘기다.

트럼프 측 선거인단이 트럼프가 아닌 클린턴에게 반란표를 던질 것을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사이트 '체인지'에는 서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12월19일 대통령을 공식 선출하는 주별 선거인단 투표 때 트럼프를 찍지 말라는 서명이다.

비백인의 트럼프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역대 최초로 선거인단이 당선된 대통령을 바꾸는 초유의 사태가 올지 관심사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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