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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판도라의 상자 '회고록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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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판도라의 상자 '회고록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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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다시 한번 '회고록 정치'가 시작됐다. 최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내놓 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가 연일 정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과거 유력 인사들이 내놓은 회고록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출간 이후 '진실 공방'은 어 김없이 벌어졌다. 물론 이 논란을 역으로 잘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회고록이란 말의 정의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살펴 보면,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기록'이다. 과거에 겪었던 일들을 개인적인 '기억' 또는 '기록'에 의존해 재구성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애당초 회고록 내용에 대 한 '진실 논란'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민감한 내용일수록 해석하는 사람 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로 뻗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감안해도 '송민순 회고록' 논란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일각에서는 수세에 몰린 정부와 여당이 '국면 전환'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전체 500여 쪽 중 9쪽에 해당한다. 핵심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UN)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 북한에 사전 의견을 구했다는 것과 그런 사실이 있다면 '누가' '언제' 했느냐는 데 있다. 당시 회고록 속 주인공들의 발언이 엇갈리면서 '진실 공방'은 가열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 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후 허위 발언한 새누리당 전 의원이 유죄판결을 받았음에도 이를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다는 점만 봐도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적 논란'의 힘은 세다.

유력 인사의 회고록 논란은 과거에도 종종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가깝게는 지난해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들 수 있다. 책에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비공개만찬에서 오고 간 발언을 그대로 공개해 당시 외 교적 파장이 적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김정은도 김정일처럼 죽을 때까지 집권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원자바오 총리가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 까"라고 했다는 발언이다. 또 재임 시절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의 예민한 내용도 그대로 책에 들어갔다. 핵심 요지는 북한의 과도한 경제적 요구로 정상 회담이 틀어졌다는 내용이다. 이에 북한이 "오히려 이명박 정부가 비밀접촉을 갖자며 돈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해 이 또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물론 어떤 회고록은 정치적 논란과 더불어 '아쉬움'이 남는 경우도 있다. 퇴임 19년 뒤 출간된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의 경우 출간 전부터 주목받았다. 내란죄로 수감 중인 1997년 직접 초고를 썼고, 측근들이 검증하는 데 4년 넘게 걸렸다는 후문이다. 2011년 출간된 '노태우 회고록'은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3000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해서 파란을 일으 켰다. 반면 역사적으로 남북기본합의서 발표와 남북 유엔 동시가입 등 남북관 계에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받는 상황에서 남북대화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기 술됐다. 노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50년, 100년 정도 뒤에 밝혀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회고록이 '정치적 도구'로 적절히 사용된 경우도 많다. 논란을 일으켰 다기보다 논란 그 자체를 '역이용'한 셈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 급 인사들이 회고록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책은 '안철수의 생각'과 '문재인의 운명'이다. 당시 여권의 강력한 후보에 맞설 야권의 단일 후보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고록들은 간접적으로 후보들의 생각을 읽 을 수 있는 대중적 통로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경우 당시 '안철수 신드롬' 열풍을 일으키는 데 이 회고록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앞서 유력 인사들의 회고록을 살펴볼 때 이번 '송민순 회고록' 또는 '회고록 정치' 논란의 본질은 '균형감의 상실'이다. 자신의 입장에 유리한 부분을 딱 끄집어내 정쟁의 소재를 삼는 방식은 여러 사례에서 보듯 '소모적 갈등'만 재 반복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논란의 당사자인 송 전 장관의 발언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 17일 논란 이후 처음으로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정치적인 의도로 쓴 게 아니 다. 책 전체 흐름을 봐야지 일부만 보면 안 된다. 전체를 보면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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