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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아시아]클릭&터치 "포털뉴스에 빠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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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포털뉴스를 보고, 편집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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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000만명. 우리나라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방문하는 하루 평균 사람들의 숫자다.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출퇴근길, 엘레베이터 안, 화장실에서 네이버의 메인 화면과 마주한다. PC버전의 첫 화면은 언론사별로 분류한 '뉴스스탠드'다. 모바일 버전은 자체 편집한 기사 제목들을 배치해 주목도를 높였다. 다음과 네이트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다.

자생력이 약해지고 있는 언론사와 사용자 트래픽을 늘려야 하는 포털사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포털 뉴스는 점점 힘을 키워왔다. 아시아경제신문 온오프라인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사를 보러 포털을 찾는 독자들과, 그들이 읽는 기사를 편집하는 에디터들, 밤낮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출퇴근길 스마트폰으로 뉴스 보는 김 과장
"제목, 시작적 효과 중요, 어느 언론사인지는 중요치 않아"
"스르르륵" 9일 오전 7시 15분 지하철 3호선 불광역. 지하철 문이 닫혔다. 유통 관련 대기업을 다니는 박세안(39·가명) 과장이 아이폰의 '사파리' 앱을 터치하자 네이버 메인 화면이 떴다. 그는 지하철역 앞에 쌓인 중앙경제지도 마다하고 아침마다 뉴스를 포털에서 본다. 그는 첫 화면의 기사 제목을 머릿속에 재빠르게 입력했다 .

경제에 관심이 많은 박 과장은 '언론사별 보도 정부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클릭했다. 뉴스 섹션으로 옮겨간 화면에 '국민 돈 12조로 대마 살리기'라는 제목이 보였다. 눈에 띄는 제목으로 엄지손가락이 움직였다. 과거와 뉴스를 대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이제 어느 언론사의 기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달 전 산 주식과 관련된 기사를 스포츠 전문지에서 썼는지, 일간지에서 썼는지 상관없다. 터치를 유도하는 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과 시각적인 효과다. 여유로운 퇴근길엔 말랑말랑한 카드뉴스를 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회현역에 도착하기 까지 30분 동안 네이버 뉴스 화면의 정치, 경제, 사회, 세계 섹션을 거쳐 '많이 본 뉴스'와 '댓글 많은 뉴스'까지 훑었다. 신문 한부를 꼼꼼히 읽을 수 있는 시간 동안 손 가는대로 이 기사 저 기사를 봤지만 늘 어딘가 찜찜한 기분이다. 내가 선택한 기사를 읽기보다, '보이지 않는 손'이 메인화면과 섹션에 걸어놓은 기사만 편식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래도 어쩌겠어, 대안이 없잖아" 회사 반대편 건널목 신호등, 파란불을 기다리며 박 과장은 습관처럼 스크롤 바를 밀어내렸다.

◆뉴스 편집하는 네이버 김부장…하루 쏟아지는 기사 3만개
"입맛에 맞는 기사 고르는 거 아니냐" 라는 지적이 제일 억울해


네이버 미디어플랫폼 산하 뉴스운영실. 새벽에 출근한 김윤아 부장(41ㆍ가명)이 의자를 뒤로 젖힌 채 두 눈을 비볐다. 세 시간 내내 꼼짝않고 기사만 들여다보던 중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네이버 뉴스에서 정치 섹션을 편집하는 것이다. 언론사로부터 송고 받은 기사는 실시간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분류된다. 이날 정치권 이슈는 20대 국회 여야 원구성과 국회의장 선출이었다. 기사를 골라 섹션에 붙일 때는 머리를 싸맨다. 여야별, 찬반에 따라 공평하게 걸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제목을 보고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물론, 숨은 뜻까지 꼼꼼히 눈 여겨 본다.

그래도 지금은 숨 돌릴 틈이라도 있는 시기다. 올 봄 20대 국회의원 선거 기간은 살얼음판이었다. 불공정 논란에 휩싸일까봐 기호에 따라서 당별 기사를 배치했고, 기계적으로 기사 숫자를 맞췄다. '옴부즈맨' 제도까지 도입했다. 기사 배열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여야 추천을 받아 전직 언론인 출신으로 구성했다. 그래도 정치권의 문의는 쏟아졌다. 동료들끼리 "차라리 모두 불만인 것이 네이버 뉴스가 공평하다는 증거"라는 우스갯소리가 터져나왔다. 김 부장은 "에디터 입맛에 맞는 대로 기사를 고르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때 제일 억울하다. 2년 전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네이버뉴스편집자문위원회를 만든 건 형평성 문제를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에디터로써 자부심을 느낀 '사건'도 있었다. 지난해 6월 13일, 메르스 소식에 전 국민이 관심이 집중됐을 때 한 언론사에서 '박 대통령, 오늘부터 닷새간 여름 휴가'라는 기사를 송고했다. 메르스 정국 여름휴가라니. 이상했다. 대통령은 얼마 전 방미 일정까지 미뤘었다. 김 부장은 다른 매체들까지 받아쓰고 공식 확인이 될 때까지 메인 화면에 기사 표출을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기사는 시스템 오류로 1년 전 기사가 재송고된 것이었다. 김 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잠을 깨려고 커피 한잔을 뽑아 자리에 앉았다. 그 사이 송고된 수십 개의 기사가 모니터에 쫘르륵 떴다. 네이버와 제휴한 언론사는 129개, 하루 평균 쏟아내는 기사는 3만개에 이른다.

◆5년차 차 기자, 시간에 쫓기며 온라인 뉴스 챙겨
"내 기사, 포털에 '걸리는' 걸로 성과 좌우" 언론사 별 경쟁 점점 심해져


"딩동" 5년차 기자인 차민희(가명ㆍ31)씨가 메신저에 로그인 하자마자 알람이 울렸다. 데스크로부터 오전 온라인 기사 작성지시가 내려졌다. 산업부에 있는 그는 요즘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때문에 눈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승부'를 중요하게 여기는 언론사일수록 더 눈길을 끄는 제목으로, 더 많이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 관건이다. 차 기자도 지면마감 외에 오전 10시까지 온라인용 기사를 하나 더 써야한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기사를 쓰면서 취재하는 기술도 어느 정도 익혔다.

그는 포털뉴스 각 섹션을 볼 때 마다 언론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점점 더 쏠리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껴진다. 3~4년 전만 해도 온라인에 신경도 안 쓰던 언론사들이 너도나도 포털 메인을 차지하려 뛰어들었다. 언론사들 사이에서 작년부터 유행하는 유형은 '[], <>' 기호 안에 주제 문패를 달아 시리즈로 연관 기사를 4~5개씩 쏟아내는 것이다. 1인당 기사를 써야하는 양도 많아 질 수밖에 없다. 차 기자는 주말 아침에도 노트북을 붙잡고 있다. 다른 언론사들이 쉬는 날일수록 '쓰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털에서 차 기자의 기사를 잡아주느냐에 따라 일의 성과가 좌우되고, 데스크들은 '주간트래픽 순위'를 성적표처럼 받아든다. 차 기자는 동기 카톡방에서 "우리에겐 네이버가 울트라 갑"이라는 말이 오갈 때마다 씁쓸하다.

그래도 "포털만큼 네 기사의 파급력을 키워줄 곳이 없지 않느냐"는 선배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본인이 쓴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네이버 모바일 버전 메인 기사로 걸리면 댓글이 수천 개를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기사가 여론을 움직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다면 기자에겐 더없는 보람이다. 차 기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장 기사 유통 방법을 바꿀 수 없다면 '포털 저널리즘'을 잘 활용하는 수밖에. 그는 기사 제목을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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