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프라임 립 등 선봬
구조도 이색적…'인(人)'자형으로 지어져 채광에 도움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조선호텔이 2014년 10월10일 개관 100주년을 맞으면서 한국에도 '100년 호텔'이 등장했다. 국내 최초의 호텔은 1888년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가 지은 '대불호텔'이지만 조선호텔은 국내에 현존하는 호텔 중 최고(最古)호텔로 상징이 깊다.
조선호텔은 이른바 모던 보이, 모던 걸들이 즐겨 찾는 장소였다. 국내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팜코트에서는 한국 최초로 '고베 소고기' 또는 맥주를 먹이고 육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 마사지사가 마사지를 한 소고기를 제공했으며 최초로 프라임 립을 제공했다.
또한 조선호텔은 서울 최초의 대형건물 중 하나로, 붉은 벽돌로 지어져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가 됐다. 이밖에도 숱한 '한국 최초'의 신화를 남기며 개관 후 국빈, 고위관리, 외국 인사들이 투숙하는 영빈관 역할을 도맡아 하는 등 한국의 정치, 경제, 사교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마를린 먼로, 맥아더 장군, 포드 미 전 대통령, 레이건 미 전 대통령 등 VIP 고객들이 오면 항상 묵는 영빈관 역할도 했다.
1974년 11월 22일 11시40분. 조선호텔은 임시 미국 백악관으로 변했다. 미국 포드 대통령 내외와 키신저 국무장관 내외, 해외 언론인 303명이 함께 방한한 것. 포드 대통령 방한에는 400개의 객실이 필요했고, 나머지 객실들은 방한기간 중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18층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은 미국 대통령 숙박 겸 집무실로 사용됐으며 18층 다른 방과 17층은 보좌관과 경호원들이 묵었다. 조선호텔은 포드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미로 카네이션 5000송이와 국화 1만 송이로 호텔을 장식했으며 객실마다 투숙객의 이름을 호박으로 새긴 기념 성냥갑을 1갑씩 넣어뒀다.
현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위에서 보면 '인(人)'자로 그 모습만으로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4층 건물이었던 호텔을 헐고 새로 짓기로 했을 당시 기사를 보면 흔한 정육면체 빌딩이었는데 1970년 완공 당시에는 전혀 다른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 호텔 형태는 옛 조선호텔의 상징인 팔각정과 새 호텔의 축을 반경으로 곡선을 이룬 人자 형. 당시 설계에 참여한 홍익대 정인국 교수는 "모든 객실의 3면이 바깥쪽으로 향해져 있어 조망과 채광을 많이 할 수 있게 한 것이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많은 수의 단골 고객들은 조선호텔에 숙박할 때마다 창문을 통해 환구단, 명동 등 매번 다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고객들은 계절이나 기분에 따라 자신이 보고 싶은 서울의 풍경을 세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또한 삼각형 구조의 호텔은 인사이드 룸을 만들 필요가 없고, 단조로움도 벗어날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 서울에 특급호텔이 속속 들어서면서 영빈관 역할이라는 호텔의 역할은 퇴색해갔다. 그러나 경제 발전으로 인한 비즈니스 고객의 증가, 은행, 대기업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심에 조선호텔이 위치했다는 점이 또다른 기회로 다가왔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비즈니스호텔로 변신을 꾀했고 특1급 호텔 1호, 현존하는 최고의 호텔로 100년을 이어온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인스티튜셔날 인베스터, 아시아머니, 콘데나스트 트래블러, 스마트 트래블 아시아 등 세계적인 잡지에서 서울 최고의 호텔로 인정받고 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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